― ⑨ 제목의 법칙
바카라을 만들면서 출판사가 가장 오랫동안 고민하는 일은 과연 뭘까?
바로 ‘제목’을 정하는 일이다. 표지, 편집, 마케팅 등 바카라 한 권을 만드는 과정마다 심혈을 기울이지만, 제목을 정하는 일만큼 오랜 시간 고민하는 일도 없다. 그러다 보니 편집을 모두 끝내고 나서도 제목을 정하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제목 하나를 놓고 며칠씩 회의하기도 하고, 거의 결정한 제목을 다시 처음부터 검토하기도 한다.
저자 입장에서는 조금 의아할 수도 있다.
“바카라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닌가요? 제목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중요하다. 그것도 매우 중요하다. 독자는 바카라의 내용을 알기 전에 가장 먼저 제목을 만난다. 서점에서 수많은 바카라 사이를 지나가다가 제목이 눈에 들어오면 표지를 보고, 관심이 생기면 바카라을 집어 든다. 온라인 서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바카라 가운데 가장 먼저 독자의 눈에 들어오는 것 역시 제목이다.
그런 점에서 제목은 바카라의 첫 번째 마케터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제목은 바카라의 내용을 모두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바카라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든다.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 시절, 상사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섹시하고 단순하게 써라.”
여기서 ‘섹시하다’는 말은 야하거나 자극적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사람의 눈길을 끌고, 한 번 더 보게 만들 만큼 매력적으로 쓰라는 뜻이다. ‘단순하게 쓰라’는 것은 복잡하게 설명하지 말고, 짧고 명확하게 전달하라는 뜻이다. 결국 좋은 카피는 눈길을 끌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출판계에서도 한때 제목을 지을 때 이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의 경우 제목을 5자나 6자로 지어야 잘 팔린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다. 짧고 기억하기 쉬운 제목이 독자의 눈에 잘 들어온다는 논리였다.
그러다 보니 출판사에서 바카라 제목을 정할 때 내용보다 글자 수를 먼저 세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실제로 한때 크게 히트했던 자기계발서 제목들을 떠올려보면 이런 흐름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침형 인간》, 《협상의 법칙》, 《한국의 부자들》...
모두 짧고 명확하다. 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를 하는 바카라인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고, 한 번 들으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이런 제목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비슷한 제목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그러면서 ‘짧고 명확한 제목’이 좋은 제목을 만드는 하나의 공식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좋은 제목을 만들기 위해 짧게 쓰는 것이 아니라, 짧게 만드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자 보니 바카라의 내용과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목을 몇 글자로 만들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경우가 생겼다.
하지만 제목에 정해진 글자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5자여서 좋은 제목도 있고, 10자가 넘어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제목이 있다. 중요한 것은 몇 글자인가가 아니다. 그 제목이 독자에게 무엇을 느끼게 하고, 바카라을 한 번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가다. 짧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제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바카라 제목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특히 에세이나 인문, 자기계발 분야의 바카라을 보다 보면 무엇을 알려주겠다는 제목보다 독자의 감정을 건드리는 제목이 눈에 많이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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