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는 원고를 어디까지 고칠까?

― ⑧ 편집의 법칙

by마테호른

출판사와 계약을 마치고 원고를 넘겼다고 해서 저자의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본격적인 출간 작업이 시작된다. 이른바 ‘편집’이다.


처음 바카라을 내는 저자라면 편집 과정이 조금 낯설 수 있다.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고민해서 쓴 글을 다른 사람이 읽고 고친다는 것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 부분은 빼는 게 좋겠습니다.”

“목차 순서를 바꾸면 어떨까요?”

“제목은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이때 대부분 저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쓴 바카라인데 왜 편집자가 이렇게 많이 고치려고 하지?’


하지만 편집자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 편집자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만 고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편집자는 저자가 쓴 원고를 독자가 읽을 바카라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제목과 목차도 편집의 대상

말했다시피 저자는 원고를 완성하면 자신의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편집자에게 저자의 원고는 바카라을 만들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이에 편집자는 저자가 쓴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제목이 적절한지, 부제가 필요한지, 목차의 순서가 자연스러운지 살펴본다.


때로는 목차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바카라의 인상이 달라진다. 저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목차를 만들지만, 편집자는 독자가 어떻게 읽을 것인지를 생각한다. 예컨대, 첫 번째 장에서 독자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다음 장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지,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고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살펴본다. 앞에서는 설명이 부족하고 뒤에서는 같은 내용을 다시 설명하고 있다면 목차의 순서를 바꾸거나 내용을 옮기기도 한다. 그래서 편집자는 원고를 읽으면서 이런 질문을 계속한다.


“이 바카라을 처음 읽는 사람도 이 순서대로 따라올 수 있을까?”


저자에게 목차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라면, 편집자에게 목차는 독자가 바카라을 따라가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제목과 목차 역시 편집의 중요한 대상인 이유다.



문장을 고치는 것과 저자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다르다

편집자가 문장을 고친다고 해서 저자의 생각까지 바꾸는 것은 아니다. 문장이 너무 길거나 같은 말이 반복될 때는 덜어내야 한다.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은 쉽게 바꿀 수도 있다. 앞뒤 내용이 맞지 않거나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저자에게 다시 확인하기도 한다.


문장을 다듬는 것과 저자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편집자가 해야 할 일은 저자의 생각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독자에게 더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돕는 것에 가깝다.


좋은 편집자는 자신의 문장을 뽐내기 위해 저자의 문장을 고치지 않는다. 저자의 목소리를 살리면서 바카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편집의 역할이다.



좋은 편집자는 저자의 글을 자기 글로 만들지 않는다

편집자도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문체나 표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편집자의 글과 저자의 글은 다르다.


저자에게는 저자만의 경험과 생각이 있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다. 이에 편집자가 자신의 문체를 지나치게 강요하면 바카라은 매끄러워질지 몰라도 저자의 색깔이 사라질 수 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마테호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그곳에서 배웠다. 단 한 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그 한 줄을 쓰기 위해서 노력한다.

85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9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7화출판 계약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