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짜리 회의가 두 시간짜리 추억이 되기까지
회사 다닐 때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 있었다.
점심시간도 아니고, 퇴근시간도 아니다.
바로 회의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놀라운 건 이상하게도 회의는 끝나도 끝난 것 같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회의실에서 나오면서도 회의가 계속되고,
엘리베이터를 타면서도 회의가 계속된다.
심지어 집에 돌아와서도 회의 내용이 떠오를 때가 많았다.
회의 시작 시간은 항상 정확했다.
매일 오전 10시.
모두가 가능한 한 사장님과 멀리 떨어져 앉기 위해서 신경전을 벌인다.
그때 사장님의 표정이란 마치 오늘은 꼭 중요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듯
의기양양하다.
그러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는 핑계로 시덥잖은 농담을 건네기도 하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 말이 나오는 순간, 모두의 표정과 입이 얼어붙는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처음 10분은 비교적 순조롭다.
“이번 신간 마케팅은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무슨 얘기인 줄도 모르면서 다들 의무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저 회의가 어서 끝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20분이 지나면 조금씩 다른 의견이 나온다.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30분이 지나면 갑자기 지난 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실 이 부분은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40분이 지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프로젝트가 소환된다.
“예전에 비슷한 사례가 하나 있었는데요.”
그리고 50분쯤 되면 누군가 시계를 본다.
그게 사장님이었으면 좋을 텐데.
회의를 하다 보면 꼭 이런 순간이 온다.
“그럼 이 부분은 이렇게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누군가 꼭 이렇게 외치는 사람이 있다.
“잠시만요.”
회의가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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