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하라 사막에서 만나는 수박바
요즘 편의점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마치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신호등 하나 건너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그렇게 해서 편의점 문을 여는 순간,
얼굴에 와닿는 시원함은 생명의 바람이다.
사람은 참 솔직하다.
덥거나 추우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배가 고프거나 극한 상황에 몰려도 마찬가지다.)
‘왜 인간은 여름에도 출근해야 하는가?’
‘에어컨은 왜 집보다 편의점이 더 시원한가?’
‘지금 아이스크림을 두 개 먹으면 미래의 내가 화를 낼까?’
이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편의점에는 이상한 능력이 있다.
들어갈 때는 음료 하나만 사러 갔는데,
나올 때는 얼음컵, 커피, 삼각김밥, 과자, 아이스크림, 물티슈를 들고 나온다.
편의점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계획을 수정하는 곳이다.
얼마 전에는 냉장고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생수와 이온음료 사이에서 인생 최대의 선택을 하는 표정으로.
그때 옆에서 어떤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오늘은 너로 하자.”
순간, 깜짝 놀랐다.
누구와 대화하는 건가 했더니, 수박바를 들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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