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장에 내 이름이 쌓여 있다

by부소유

K1 공장 뒤편, 폐기 판정을 받은 로봇들이 실려 나오는 곳이다. 팔이 먼저 오고 몸통이 나중에 온다. 사람을 닮게 만드느라 손가락 마디까지 넣어 둔 물건들이라, 무더기 위로 손이 여러 개 삐져나와 있다. 어떤 손은 무언가를 쥔 자세 그대로 굳어 있는데, 쥘 것이 없어진 지 한참인데도 그렇다. 새벽에 가 보면 그 위에 서리가 앉아 있고, 지게차가 한 번 지나가면 깨지는 소리가 한참 난다.


여기 쌓인 것들을 사람들은 통틀어 고철이라고 부른다.


나는 안드로이드, 이름은 고철수다.


사수는 나를 고철이라고 불렀다. 성이 고씨라서 그렇게 부르는 것뿐이라고 했다. 회사에서 제일 값싼 말이 농담이다. 농담이라고 해 두면 아무도 바카라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게 나는 매일 아침 폐기물의 이름으로 불렸다.


서기 2126년이다.


우주 엘리베이터가 화물을 쏘아 올리고, 화성으로 채굴 로봇을 수출한다. 정문의 뇌파 게이트는 출근과 퇴근에 두 번 내 신경을 읽는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붉은 불이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그 문을 천 번쯤 통과하는 동안 붉은 불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기계는 몸만 읽는다. 마음은 백 년째 스캔 밖이다.


그런데도 통로 쪽 자리는 여전히 막내 몫이다. 아침이면 팀 구호를 세 번 외치고, 누구를 어디로 보낼지는 사다리 타기로 정한다. 홀로그램 모니터는 투명해서 뒤에서 다 들여다보이는데, 옛날 선배들은 모니터 뒤에 숨을 수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것까지 발전이라고 부른다.


생산부에는 지옥이 다섯 개 있다. 지옥 같아서 다들 그냥 지옥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중 하나에서 시작해 십 년에 걸쳐 나머지를 대부분 통과했다. 그동안 사람이 죽었고, 한 번은 쓰러진 사람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서 있었다. 사람을 닮은 기계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면서 나는 내 신경을 잃었다. 마음에도 진단서가 나온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신경칩을 테스트하다 보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0으로 죽어 있던 셀이 어느 날 1로 살아난다. 왜 그런지 아무도 모른다. 옴의 법칙부터 양자물리학까지 끌어와도 설명이 안 되니까, 업계는 그 현상에 이름을 하나 붙여 두고 그냥 그렇게 부른다. 나는 그 이름을 배우는 데 십 년이 걸렸다. 그 이름을 내 것으로 돌려받기까지의 이야기를 이제 쓴다.


스크랩장에 실려 간 것들 중에도 가끔, 아주 가끔, 다시 일어나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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