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팝업 스토어

굿즈도서전의 연장선..

by부소유

언젠가부터 매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 국제 도서전. 그 도서전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대형 출판사 부스들. 그중에 민음사가 도서전의 연장선으로 팝업 스토어 운영을 시작했다. 도서전에서는 많은 인파로 인해 공황이 올 것 같아 그 근처에도 가기 싫었지만 별도 예약을 받는 팝업존은 그나마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예약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약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내가 늦은 탓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예약이 이미 마감되어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일을 하다가도, 잠자기 전에도 계속 예약 새로고침을 했다. 그러다가 때때로 한 자리씩 나오기도 했지만 원하는 날짜, 시간이 맞지 않았다. 결국 별로 내키지 않은 날짜와 시간으로 일단 예약 일정을 잡아두고, 그 뒤로 계속 새로고침을 반복했다. 종종 내가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결국 그냥 가지 말자고 생각하며 포기하던 찰나, 아내가 내가 원하던 날짜, 원하던 시간에 예약 성공했고 그렇게 가까스로 민음사 팝업 스토어에 방문하게 되었다.



평일 11:30 시간으로 예약하고 11:00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민음사 팝업 스토어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11:25부터 입장 안내를 해준다고 듣고는 그때부터 무의미하게 줄 서있기보다는 도파민존을 구경하기로 마음먹고 3층 전체를 한 바퀴 돌았다. 파이브가이즈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식사 중이었고, 닌텐도 매장은 북적북적, 그에 비해 소니 매장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해리포터 팝업 스토어가 있었지만 그냥 겉핥기만 했고, 구석으로 가서 가챠 뽑기 구경을 했다. 그리고 민음사 팝업 스토어 입장.



결론적으로 민음사 팝업 스토어는 그냥 굿즈도서전의 상업적 연장선이었다. 매력적인 큐레이션은 입구 쪽에 초라하게 있었고, 과연 이 제품이 바카라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굿즈로 가득했다. 그래도 힘들게 온만큼 뭐라도 득템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매대를 가득 채운 굿즈와 몇 종 안 되는 바카라을 찬찬히 살펴봤다. 그나마도 눈에 띄는 건 역시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으로 리커버 된 세계문학전집이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3기니>,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등 듣기만 해도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이 기존의 명화 그림보다는 귀여운 그림으로 리커버 되어 있었다. 아쉬운 점은 <레미제라블 1>, <괴테와의 대화 1> 등 1편만 리커버 되어 판매 중인 바카라들이었다. 2편을 나중에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이었을까. 바카라을 소장하는 사람이 과연 시리즈 깔맞춤을 고려하지 않고 1권만 저 리커버를 구매할까 싶었다. 그리고 리커버 바카라의 선정 기준이 좀 이상했다. 제일 많이 팔렸다고 소문나고 가벼운 <데미안>, <변신>, <1984>, <동물농장> 등이 없어서 아쉬웠고, 있는 바카라들은 너무 두꺼운 바카라들이라서 구매하기가 선뜻 부담되었다. 캐릭터화하기 어려워서였을까. 또 어떤 바카라은 창고 정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몇쇄 나오지 않은 바카라의 리커버였다.



결국 난 일단은 가챠를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문득 가챠 뽑기 앞에 서있으니 한번 하고 싶다가 두 번, 세 번이 되었고, 열 번을 넘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누가 보면 평소 바카라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가챠 뽑기 하러 여기까지 온 사람으로 보일법 해서 순간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렇게 결국 난 굿즈도서전의 연장선에 일조했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10년간 문학바카라을 읽은 사람인데 그렇게 돌아갈 수는 없겠다 싶어서 리커버 바카라도 4권 구매했다. 엄청난 고민과 번뇌를 거듭하다가 비교적 얇은 바카라인 <싯다르타>, <햄릿>, <한여름 밤의 꿈>,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를 구매했다. <또타르타>는 이미 두 번이나 구매했음에도 새로운 디자인에 끌려 세 번째 구매했다. 사실 대부분의 나머지 바카라들은 어디서나 구매 가능한 바카라들인데 과연 여기까지 와서 구매해야할까 싶기도 해서 이정도만 장바구니에 넣고 계산했다.



무거운 백팩을 메고 다시 먼 귀성길을 향하며 과연 내가 오늘 뭐를 한 것인지 판단하기 애매했다. 출판사 굿즈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내가 결국 상술에 놀아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결국 다 사람 사는 일이 아니겠는가. 꼭 놀아났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이번에 함께 구매한 피천득 작가의 바카라이나, 셰익스피어의 명작들은 언젠가 꼭 읽고 싶었던 작품들이다. 이번기회에 명작 시리즈를 리커버로 소장하게 되어 뿌듯하다. 그리고 이런 뿌듯한 기분을 이런 행사로 다양한 사람들이 경험하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좋은 방향성이 아니겠는가. 전자기기의 영향으로 역대급으로 독서율이 저조한 가운데 독서가 하나의 유행이기보다는 의식주와 같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는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ps’ 같은 가챠 기계에서 계속 뽑아서 그런지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중복으로 같은 제품이 연속 다섯개는 나왔다는 것은 안함정… 같은 가챠 기계가 다섯개 이상씩은 있으니 옮겨가며 하시길..!! 건강과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