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아침 회의다. 모든 지옥 팀은 공정 엔지니어와 장비 엔지니어로 되어 있다. 공정은 로봇의 단위 공정을, 장비는 그 공정을 돌리는 장비를 관리한다. 둘은 평소 소통이 거의 없다가, 장비 문제가 의심되면 소통을 시작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소통은 말싸움이 된다. 팀장은 모든 것을 아울러야 한다. 하지만 강건함 팀장은 장비 엔지니어 출신이라 모든 일의 원인을 장비부터 의심한다. 그의 아침 회의에는 주관자가 따로 없다. 팀장이 전부 진행한다.
오늘의 표적은 이물질 그래프였다. 장비 파트의 강대진 파트장이 답했다. 전압이 흔들리긴 하는데, 그보다는 장비 커버의 고무링이 닳아서 교체해 보는 중이라고. 강대진 파트장은 장비에 잔뼈가 굵지만 실무보다 이론에 정통한 사람이다. 박사님 같은 안경에 늘 셔츠 팔을 걷어 올린, 얼리어답터 50대 아저씨. 별명이 강 박사님이다.
팀장의 질문이 구체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고무링은 언제 갈았고, 교체 주기는 있느냐고. 구리 차장이 답했다. 오늘 아침에 갈았고, 주기는 없는데 이번에 효과를 보고 관리 항목에 넣으려 한다고. 구리 차장은 강 박사와 반대로 이론보다 실무의 사람이다. 정비사 출신으로 사무직으로 전환해 차장까지 올라온, 이마에 늘 땀이 흐르는 호랑이 아저씨다. 두 사람 다 팀장보다 나이가 많다. 그래도 팀장이라는 직바카라 앞에서는 꼼짝 못 한다. 그만큼 그 자리는 바카라임도 막중하고 권한도 강력하다.
주기도 없이 지금까지 뭘 관리했느냐고, 고무링으로 안 되면 어쩔 거냐고, 팀장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원인 분석을 보고하겠다는 말에 돌아온 답은,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물질이 이렇게 나오면 이제 내가 혼난다는 것이었다. 팀장의 시선은 공정 쪽으로 돌아 눈높이 산포와 생산량 확대를 물었고, 경호준 파트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회의 전에 메일로 보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팀장은 장비 막내 김준용에게 기습 질문을 던졌다. 너는 뭐 좀 하냐. 저, 저, 고무링 옮겼습니다. 놀라서 아무 말이나 뱉은 막내에게, 팀장은 그게 한 십 킬로 하더냐며 선배들에게 후배 좀 키우라는 잔소리를 남기고 한숨과 함께 나갔다.
팀장이 나가자 2차 회의가 시작되었다. 구리 차장이 이때다 싶어 아쉬운 소리를 쏟아냈다. 무슨 일만 생기면 장비만 들들 볶는다고, 장비를 닦고 고치고 개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공정 쪽에서도 개선 조건을 가져오라고. 권준현 대리가 세척 주기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급하게 받아쳤고, 마침 울린 현장 전화를 핑계로 회의를 끝냈다. 그는 뒤이어 걸려 온 경호준 파트장의 파트 회의 소집에도 장비 보러 갔다고 전하라며 현장으로 사라졌다. 파트장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는 대단한 양반이다.
파트 회의에는 여덟 명이 모였다. 경호준 파트장의 회의 방식은 단순하다. 점도표를 하나씩 열어, 눈에 거슬리는 산포가 보이면 담당자를 묻고 따진다. 두꺼우면 두껍다고 혼내고 얇으면 얇다고 혼낸다. 사람 머리카락이 평균 백 마이크로미터인데, 우리는 그 십 분의 일 단위의 인공신경을 제어하고 있다.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이전 점도표를 보고 감으로 다음 공정 시간을 조절한다. 두꺼우면 줄이고 얇으면 늘린다. 배선팀의 기본이다. 우리는 그 기본도 못 한다며 매일 혼난다.
파트장은 실험을 다 집어치우고 두께 산포 관리에 붙으라고 했고, 진행 대기 중인 긴급 자재를 두고는 현장에 빨리 전화하라고 닦달했다. 그것은 사실 제조팀의 영역이다. 웬일로 이홍렬 과장이 맞섰다. 생산은 제조팀이 하는 거고 우리는 공정을 해야 한다고, 자꾸 영역을 넓히면 피곤하다고. 파트장의 답은 간단했다. 너는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둘은 예전부터 사이가 나쁘기로 유명했다. 그 뒤로도 두 사람은 아침 회의에서든 사무실에서든 종종 서로의 신경을 긁었다.
내리 갈굼은 결국 내게로 왔다. 이홍렬 과장이 나를 불러 튄 두께를 따졌고, 야간에 죽었던 장비가 아침에 살아나며 안정화가 덜 된 것 같다는 내 보고에는 이렇게 답했다. 너가 무슨 리포터야? 왜 중계하고 있어. 흔들리면 잡아야지. 어느 순간 나는 먹이사슬의 최종 목적지가 되어 있었다. 이쯤 되면 둘 중 한 명이 참으면서 끝난다. 한 명이 참기만 하면, 불행인지 다행인지 큰 마찰은 없다.
다음 날 아침 회의에서 팀장이 다시 폭발했다. 이물질이 튄 원인은 이랬다. 장비 챔버로 제품을 옮겨 주는 로봇팔이 있는데, 제조팀의 생산율 압박에 그 속도를 조금 올렸더니 이물질이 튀었다는 것이다. 사람을 닮은 로봇을 만드는 라인에서, 사람 대신 일하는 로봇팔이, 사람의 조급함 때문에 오염을 만들고 있었다. 팀장은 품질이 우선이지 왜 제조팀에 휘둘리냐며, 제조팀장한테 술이라도 얻어먹었냐고 쏘아붙였다. 구리 차장은 로봇팔을 알코올 솜으로 닦다가 시간이 없어 말았다고 실토했다가, 당장 장비를 세우고 다 뜯어서 닦으라는 불호령을 들었다.
점도표는 잘 맞추고 있다는 경 파트장의 보고와 함께 회의가 끝났다. 사실 그 산포는 조작이다. 튄 것은 모두 빼서 다시 찍었다. 다시 찍으면 지난 이력은 사라진다. 진리의 조작이다. 조작은 하기 싫은 업무다. 몸도 마음도 불편하고 보람도 없다. 그러나 주요 공정을 맡은 탁용칠, 탁용팔, 진달호, 나까지 넷은 모두 조작 머신이 되었다. 탁용팔은 야간에도 휴일에도 잠깐씩 나와 조작을 하고 돌아갔다.
회의실에서는 구리 차장이 얼굴이 벌게져서 공정 파트도 이물질 줄일 방법을 당장 내놓으라고 버텼고, 권준현 대리가 달래다가 비꼬다가 옥상으로 따라오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강 박사가 우리끼리 싸워서 뭐 하냐며 말리던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을 내가 말했다. 이물질이 튀면 전산으로 세척 공정을 한 번 더 돌리고 다시 측정하면 어떻겠냐고. 전산 처리라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측정된 자재를 재측정하면서, 나는 점도표가 박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뭐든 다시 측정하면 이전 기록은 사라진다. 이물질도 마찬가지였다. 세척을 돌리고 재측정하면 깨끗해진 제품이 기록되고 과거는 사라진다. 우리는 이것이 잘 된다는 것을 알고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했다. 혼나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려면 이렇게 해야 했다.
어느 오후, 진달호와 커피를 마시며 하소연을 시작했다. 하루에 재측정으로 내보내는 자재가 열 개면, 그 안의 원자재는 백 개다. 우리가 백 개를 조작해서 내보내는 것이다. 그 신경이 어느 로봇의 몸에 들어가 누구의 곁에서 일하게 될지, 우리는 모른다. 진달호는 헤헤 웃으며 답했다. 그래도 문제없네요. 저희는 어느 지옥에 떨어져도 또 이렇게 일할걸요. 그게 저희 팔자죠. 숙명이라고 해야 하나, 운명인가.
달호야, 형은 정해진 운명 같은 거 안 믿어. 운명은 스스로 만드는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웃음으로 덧붙였다. 근데 우리 이제 조작을 너무 잘하는 거 아니냐. 제품의 운명도 우리가 만든다. 그럼 또 조작하러 가자.
뭔지 모를 답답함은 가장 가까운 동기와의 대화로도 풀리지 않았다. 그 누구와의 대화로도 풀 수 없었다. 이렇게 그냥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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