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짜리에게 배운다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에 대한 그래프가 있다, Austin Kleon 바카라에서 따왔다.(아래)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아래 그래프와 비슷하게 느낀 적이 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될수록, 아, 이제 끝내고 싶다. 끝내야 한다.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 뭔가 배웠잖아.
어젯밤 6살짜리 아이가 가져온 프로젝트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단 하나 아주 다른 점이 하나 있긴 했다.
처음에는 그냥 아이가 시작해보고 싶다고 졸라서 시작했다. 완성도와 품질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내가 꼭 잘해야 하는 분야도 아니고, 아이가 하는 데로 협력해주면 되지 않을까 라는 간단한 마음이었다. 작업이 계속될수록 괜히 시작했나.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힘든데.. 아이의 손을 쳐내면서 모델이 더 잘 만들어지는 쪽으로 내 손을 더 밀어 넣었다. 아마 나는 Dark night of the soul에 있었을 것 같다. 그때, 아이가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너무 웃겨서 손이 떨리고 제대로 접착도 되지 않았지만 목청이 따가울 만큼 폭소가 터져나왔다.
그렇게 한바탕 웃으면서 깨달았다. 그래 이게 뭐라고, 무슨 완성도를 따져가며 6살 아이의 손을 제 치고, 집중해가면서 만드는지.. 나 자신이 엄청난 바보 같았다. 그 때 깨달았다. 이건 그냥 놀이이고, 우리는 과정을 즐기면 돼. 왜 그리 심각해? 라며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열중했고, 나는 오늘 밤에 끝내버리자. 꼭 끝내야 돼. 라며 속도를 냈다. 핀셋을 집어 들고 수정을 하는 귀여운 모습(아래)
아침이 밝았다. 내가 먼저 제안했다. 우리 더 잘 마무리해보자. 다시 꺼내 든 모형에 우리 나름대로 수정을 하고, 만들고 싶은 것들을 더 만들었다. 아이가 이거 설명서에 없는데.. 갸웃거릴 때, 내가 괜찮아, 이건 우리 거잖아.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그래서 한 참을 같이 이것저것 수리하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넣었다. 완성 후에도 굉장히 어설프고, 좀 금방 무너질 것 같지만, 추억이 되었고 우리의 자랑이 되었다.
나갔다 집에 다시 들어왔더니, 멋지게 자기 차를 주차해놓았다. 그래, 못할 건 없다. 그리고 잘 안돼도 괜찮다. 뭐든지 즐겁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녀석도 조금은 배웠으면 좋겠다. 뭔가 완성하고 끝내는 기쁨, 그리고 매뉴얼 대로가 아닌 내 세상을 내 마음껏 만들어보는 재미. 어설픈 모델 장난감이 우리의 2021년 마지막 놀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