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가상 무대 체험

피아노 앞에 앉아서 하는 일

by정이나

요즈음은 더워서 피아노 칠 때 창문을 열고 싶다. 단독주택인 데다 옆집과의 거리가 멀어서 그래도 될 것 같긴 한데, 혹시 몰라서 꼭 창문을 꼭꼭 닫는다. 그러니 답답해서 블라인드는 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밖에서 방 안이 훤히 보인다.


낮에 대문밖에서 안쪽을 바라보면 내 방 창문이 정면에서 보이고, 피아노 치는 나의 옆뒷모습이 보일 테다. 내가 피아노치는 모습을 밖에서 보게 되는 사람은, 우리집 식구랑 택배 아저씨 정도일 것이다. 우리집 바깥마당에 무단으로 주차하는 사람도 볼 수 있겠지.


그렇다고 뭐 대단한 걸 치는 것은 아니다. 거의 코드 연습을 하니까. 어떤 동작이나 표현을 할 것이 없는 단조로운 코드 연습을 하다 보면, 하품만 나온다. 치는 것보다 하품하는 횟수가 더 많을 때도 있다. 피아노의자 위에 아빠다리를 하고 앉기도 하고, 보면대에 휴대폰을 올려놓고 넥플릭스를 보기도 한다. 넥플릭스를 보면서 코드 연습을 하기도 한다. 아니면 음악을 틀어놓고 어깨를 조금씩 들썩거릴 때도 있고. 친구랑 카톡을 하기도 한다. 피아노 앞에 앉아서 통화를 하기도 하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어도 아마 열정적으로 치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왠지 무대에 선 듯한 느낌을 조금은 느낄 수 있다. 골방 아니고, 적어도 내 모습이 보이는 곳에서 치는 거니까. 진짜로 누가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안다면 금방 손가락이 꼬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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