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사람과 인생 사진
어제 일요일, 인생 부부 사진을 찍었다. 찍혔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우리 부부가 꽁냥 하는 모습을 동생이 찍었으니까.
오래간만에 친정부모님과 동생 가족과 같이 만나 밥을 먹고 공원을 산바카라하는 중이었다. 부모님이 벤치에 앉아 계신 걸 보고 남편이 사진을 찍어 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 아버님께 뽀뽀하세요. 사진 찍어드릴게요."
그러자 갑자기 아빠가 정색을 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우린 그런 것 안 한다!"
아빠가 그전에는 좀 가부장적이었어도 이제는 나이가 드셔서 조금 부드러워지셨는데도 그런다. 어쨌거나 엄마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자기도 생전 안 하는 것을 누구한테 하라고 그래?"
동생 가족을 비롯해 모두가 웃었다. 그런데 그때, 남편이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붙잡고 몸을 숙여 입술을 나에게 쭉 내밀었다!
나는 몸을 홱홱 돌려 피하면서 마구 웃어 댔다. 이 사람은 참 유쾌하다.
그런데 내가 피하기 전, 남편이 들이대는 사진을 동생이 딱 사진 찍어 버렸다. 모두와 헤어져 집에 와서 그 사진을 보니까 너무나 자연스럽게 찍힌 인생 사진이었다.
똥머리에 밝은 노란색 가디건을 입고 검은색 운동화를 신은 나는 남편에게 어깨를 잡힌 채 곧게 서 있었다. 검은색 티셔츠에 반바지, 흰 운동화를 신은 남편은 두 손으로 나를 잡고 커다란 등을 구부린 채 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몰라, 사진 보고 또 반했잖아.
사실 나이 먹은 아저씨가 몇 살 적은 부인을 보고 입을 쭉 내미는 장면이 남들 눈에 뭐가 아름다우려나 모르겠지만, 나는 갑자기 설레 버렸다. ㅎㅎ
보정을 거쳐 사진 속 인물을 좀 밝게 하니까 훨씬 청량하고 풋풋한 사진이 되었다. 우리들의 얼굴에 하트를 앉힌 사진은 휴대폰 잠금 화면으로 설정하고, 얼굴이 나온 원래 사진은 홈 화면으로 설정했다. 머리를 맡대고 휴대폰에 둘 다 똑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