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운전까지 새로운 도전
이번 여행에서는 올해 초에 면허를 딴 아들이 운전을 많이 했다. 면허 따자마자 남편은 종합보험에 아이 이름을 올린 뒤, 틈만 나면 운전 기회를 주고 자신은 옆에 앉아 이런저런 운전 조언을 하면서 다녔다.
이번에도 아침부터 구미까지 아들이 운전해서 갔다. 가서 골목골목 다니는 길은 남편과 아들이 교대로 운전했고. 문화재탐방의 특성 상 산 속의 절이나 비석, 불상을 보러 갈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나는 차 뒷좌석에서 겁에 질리곤 한다.
산속 길은 가파르고 꾸불꾸불 올라가야 한다. 그 경사가 너무 가파르고, 구부러지는 각도는 거의 예각이라서 나는 가슴이 오그라든다. 내려오는 차량은 갑작스럽게 나타날 것이라 무섭고, 우린 올라갈 때 길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불안하다. 그렇다고 뒤에서 자꾸 비명을 지르면 운전하는 사람이 놀라고 불안해지기 때문에 나는 손잡이를 꽉 붙잡고 아예 눈을 감는다. 남편이 운전해도 그런데, 이번에는 초보인 아들이 운전하니 내 마음은 더욱 떨렸다.
"제발 이런 데는 탐방 계획에 넣지 말라니까."
"실제로 와 보기 전에는 이런 데인 줄 몰라요."
한참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진동이 심상찮다. 갑자기 오프로드가 된 것이다! 차량 밑에는 잔돌과 나뭇가지가 많이 깔려있어 미끄러운 편이고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멈춰설 수 없다. 우리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멈춘다면 뒤로 밀릴 수도 있으니까. 결국 아들은 멈추지 않고 죽죽 올라갔다.
목적지의 좁은 평지에 다다랐을 때, 한숨을 푸욱 쉬고 내렸다. 역시 젊어서 그런가, 부모는 잔뜩 겁을 먹었는데 아이의 얼굴은 뿌듯한 표정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순한 백구와 얼룩 염소가 다가왔다. 백구는 우리 셋에게 차례로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하더니, 목적을 이루자 이윽고 한쪽에 앉아서 졸기 시작했다. 염소는 이상하게도 아들한테만 관심을 보였다. 가까이에서는 다른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우린 곧바로 비석을 구경했는데, 그 옆에는 작은 판잣집이 있었고, 한 사람의 발가락이 보였다. 남편은 "문화재 구경하러 왔습니다~" 라고 인사했고, 얼굴도 내밀지 않은 그 사람은 "예에~" 비슷한 웅얼거림으로 답했다. 그런 곳에 사는 사람의 차량답게 한쪽에는 쌍용자동차의 구형 무쏘가 서 있었다. 우리도 5년 전까지 무쏘를 가지고 있었기에 반가웠다.
내려오는 길은 남편이 운전했다.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들이 운전을 시작하고 중간에 어두워지면 남편과 교대하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중간에 자동차전용도로로 들어서는 바람에 교대하지 못하고 집까지 아들이 죽 운전해서 왔다. 남편은 조수석에 앉아서 이런 저런 경우에 따라 적절한 조언을 건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가 힘들지 않게 해 주었고, 나는 뒤에서 졸았다.
이렇게 세세하게 운전 연수(?)를 해 주는 아빠가 또 있을까? 이렇게 겁을 안 내고 침착하게 운전하는 애가 또 있을까? 그동안 남편이 운전을 못 할 때 운전해야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는데, 이제 나는 3순위로 밀려서 좋다.(왜냐면 나는 겁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