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러운 사랑

애니 <비스타즈>

by정이나

넷플릭스에서 볼 만한 애니를 찾는 중에 비스타즈를 눌러 보게 되었다. 사실 한참 전부터 추천 애니에 떴었는데, 의인화 애니에다 그림체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러 번 지나쳤던 것이다. 그래도 하도 볼 게 없어서 한 번 보게 되었는데, 웬걸, 무척 재미있었다.

단연 회색 늑대 레고시라는 캐릭터가 제일 흥미로웠다. 육식이 금지된 그 세계에서 육식동물들은 본능을 억제하고 살아가야만 한다. 그런데 레고시는 자신의 육식 본능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초식동물을 보호하고 싶어한다. 그 꿈을 위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노력하는 레고시의 모습이 참 멋졌다. 이 애니의 세계관에 관한 자세한 분석이 각 블로그에 자세히 나와 있어서 많은 참고가 되었다. 참 똑똑한 분들이 많다.


육식동물들은 초식동물들을 조심스럽게 대하지만 어쩌다 보니 상처를 입힐 때도 있다. 슬롯적인 모습과 자기자신다운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다 선을 넘기도 한다. 초식동물들 역시 자신이 먹히는 꿈을 꾸며 육식동물에게 이끌리기도 하고, 초식이니 육식이니 하는 걸 넘어서 그 어떤 존재보다 더한 카리스마와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음산한 매력을 지니고 본능에 이끌리면서도 친절하고 섬세했던 1시즌의 레고시가 가장 멋있었다. 고등학생으로 나오니까 풋풋하기도 하고. 레고시가 자신이 좋아하는 토끼, 하루짱을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먹잇감처럼 느껴서 좋아하는 것인지 갈등하는 장면을 보고 나도 이런 상상을 해 봤다.


만약에 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로 만들어져 있다면? 남편 그 자체를 좋아하는 마음도 있고, 먹음직스러워서도 이끌리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남편을 볼 때마다 사랑을 느끼고 반가우면서도 입맛을 다시게 될까? 깜박 먹어버릴 수도 있고? ㅎㅎ


<비스타즈>는 아마도 서로 사랑하고 함께 있고 싶어하지만 혹시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힐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존재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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