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트립 중 중얼중얼

구미 여행 첫날. 내용 두서없음

by정이나

지금 구미 선산에 와 있다. 올 때는 뒷자리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자면서 왔고, 와서는 계속 화장실만 찾아다니고 있다. 요즈음 속이 아래위로 좋지 않은데, 아까 크림빵을 먹은 탓인 듯하다.

지역 문화재 탐방을 테마로 한 여행으로, 올 때마다 동영상도 찍고 나름 기록을 열심히 남기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왠지 다 귀찮기만 하다. 배 속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운전은 아들과 아빠가 번갈아하고 있어서 나는 뒷자리에서 편하게 왔지만 그래도 어깨랑 목이랑 온몸이 다 쑤신다. 눈도 건조하고 아프고.

화장실에 갔다가 점심 밥을 먹고 나니 기분이 괜찮아졌다. 만일을 위해 약도 먹은 다음에 뽀빠이 과자를 까서 먹으니 기분이 좋다. 내 핸드폰은 네비게이션을 한다고 해서 빼앗겼고, 갤탭으로 뭐를 하려고 해도 인터넷이 안 된다. 그래서 문서를 쓸 수 있는 오피스앱에다가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인터넷이 없으니 그것도 안 됐다. 노션에 쓰려고 해도 안 되고, 이거 참, 인터넷이 안 되면 되는 게 없구먼. 그래서 겨우 찾은 게 이 '메모장'이다. 그나마 휴대용 키보드가 있으니 망정이지.

오늘 갈 지역 문화재나 사적을 코스로 짜고, 차로 운전해서 그곳 근처에 가서 주차가 되는 곳에 차를 댄 다음, 내려서 문화재가 있는 곳까지 간다. 산을 올라야 할 때도 있고, 논두렁을 걸어서 가야 할 때도 있다.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해 헤맬 때도 있고, 가 보니 아무 것도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지역 관공서 문화재과에 전화해서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 10분 정도 운전해서 간 다음, 차를 대고, 내려서 찾고 걷고, 도착하면 감상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나서 다시 다음 문화재를 향해 운전해서 간다. 이러한 여행을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해 왔다.

발단은 초2때부터였다. 새로운 선생님이 좀 엄격하신 분이라 그런지, 친구 사귀기가 힘들어서 그랬는지, 아이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날이 되자 갑자기 일어서질 못하겠다고 했다. 병원에도 가 봤지만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 가까운 지역 문화재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때부터 아빠와 아이는 가까운 문화재를 찾아 다녔고, 학교도 잘 가게 되었고, 아이는 한국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일 년에 서너 차례씩 지방으로 문화재 탐방을 다녔다. 3박 4일 이나 2박 3일로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문화재를 찾아 다닌다.

아이가 어렸던 만큼 욕심이 많아서 정말 컴컴해질 때까지 그날 계획한 목적지를 다 가야 했다. 그러다보니 밤 10시에 산속에 있는 펜션으로 향해야 할 때도 있었다. 커 가면서는 조금씩 타협이 되어서 저녁 6시까지만 계획을 세우게 되었으니 다행인가. 대학생이 된 지금은 그래도 널널하게 계획을 세우고 부모를 많이 배려하긴 하지만 이런 로드트립 자체가 내게 수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매번 '이번이 아이와 함께 하는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떠나곤 한다. 이제 성인이 된 아이는 부모보다 친구들하고 여행을 다니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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