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위하여, 건배
아침 일곱 시가 조금 넘은 시간, 빵집 유리문에는 아직 '준비 중'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안에서는 흰 앞치마를 두른 여주인이 진열대 앞을 오간다. 가게 안쪽 오븐에서는 조금 전 구워진 식빵이 나오고 있다. 냄새가 문 밖으로 새어 나온다. 걸어가던 사람도 흘깃 안쪽을 바라보게 만든다.
빵집 주인은 식빵을 철망 위에 올려 놓는다. 봉지에 담기 전 잠시 식혀야 한다. 안에 남은 열과 수분이 빠지는 사이에 주인은 바게트를 꺼낸다. 긴 나무판을 오븐 안으로 밀어 넣었다가 한 번에 세 개를 꺼낸다. 빵끼리 닿을 때마다 마른 껍질이 부딪히는 소리가 날 것만 같다. 조금 뒤에는 크루아상이 나온다.
여덟 시가 가까워지자 밖이 밝아진다. 맞은편 건물의 유리창에 해가 걸리고, 지나가는 사람도 늘어난다. 주인은 유리문에 걸어두었던 팻말을 뒤집는다. '준비 중'이 '영업 중'으로 바뀐다.
첫 손님은 나와 운동복을 입은 한 남자다. 식빵 하나를 포장해 달라고 말하는 남자는 주인과 짧은 인사를 한다. 내가 빵을 고르는 동안 아이의 손을 잡은 한 여자가 들어온다. 아이는 빵 냄새에 신이 난 듯 진열대 앞을 먼저 돌아본다. 여자는 아이에게 빵을 고르라고 말한 뒤에 바게트 하나를 포장해 달라고 한다. 곧이어 아이가 소시지가 들어간 빵을 하나 고른다. 나는 사워도우를 하나 잘라 포장해 달라고 한다.
빵집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한다. 아마도 주인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아침일 것이다. 오븐이 켜지고, 빵이 구워져 나오고, 진열대를 정리하면서 들어오는 손님들을 맞는 일이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그렇게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도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시작되는 일들이 많다. 편의점에 새 삼각김밥이 들어와 가지런히 놓이는 일도 그럴 것이다. 누군가는 사람들이 밀려들기 전에 엘리베이터 바닥을 걸레질했을 것이고, 카페에서는 첫 손님이 오기 전에 커피 머신에 물을 흘려보냈을 것이다. 지하철역 입구의 쓰레기통은 비워져 있고, 밤새 바람에 넘어졌던 입간판은 다시 세워져 있다.
아침이면 우리는 대부분 누군가 먼저 시작해 둔 시간과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문이 열린 가게에 들어가고, 불이 켜진 사무실에 앉고, 이미 따뜻해진 빵을 산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에 누군가 손을 움직여 만들어 놓은 세상이다. 방어하기보다 많은 것을 열어 보이는 시간이다. 가게 문이 열리고, 지하철 문이 열릴 때마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다시 그만큼의 사람들이 올라탄다. 신선한 아메리카노가 카페마다 내려진다.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종이봉투 안에서 아직 온기가 느껴진다. 길에는 조금 전보다 사람이 많아졌다. 신호등 앞에 사람들이 모이고 버스가 연달아 정류장으로 들어온다. 몇 시간 뒤면 빵집 유리문에도 손자국이 생기고 진열대에는 빈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바닥에는 빵 부스러기도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내일 아침이면 다시 그것들은 닦이고, 오븐에 불이 들어오고, 철망 위에 첫 번째 빵이 올려질 것이다. 나는 따뜻한 사워도우가 든 봉투를 한쪽 팔에 끼고 그 흔한 아침 속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