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오늘

by채율

동대문종합시장 지하 부자재 상가에 단추를 사러 간다. 오래 입은 검은 카디건의 맨 아래 단추가 며칠 전 떨어졌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비슷한 단추 하나만 사서 달 생각이었다.

상가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가게마다 단추가 벽을 채우고 있다. 자개, 나무, 금속, 플라스틱. 손톱보다 작은 것부터 백 원짜리 동전만 한 것까지 투명한 통 안에 종류별로 담겨 있다. 나는 카디건의 단추를 보여주며 물었다.

“이거랑 같은 거 있을까요?”

주인아주머니가 내 손바닥 위의 단추를 집어 든다. 서랍을 몇 개 열어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똑같은 건 찾기 힘들 거고… 오래된 거라.”

“하나만 다른 걸 달면 이상할 텐데…”

아주머니가 카디건을 펼쳐본다.

“여기에 어울릴 만한 단추가 있으니 그걸로 다 바꿉시다.”

아주머니는 검은 단추 몇 종류를 꺼내 천 위에 올려놓는다. 유광 하나, 무광 하나, 가장자리에 얇은 금테가 둘러져 있는 것 하나. 단추를 바꿔서 올려볼 때마다 카디건의 느낌이 조금씩 달라진다. 나는 결국 원래 것과는 전혀 다른 짙은 자개단추를 고른다. 빛을 받으면 검은색 안에서 푸른빛이 스쳐 지나간다.

“여섯 개지? 여분으로 한두 개 더 사.”

아주머니가 여덟 개를 작은 비닐봉지에 담는다. 계산하려는데 구석에 실과 바늘이 놓여 있는 게 보인다.

“혹시 여기서 달고 가도 돼요?”

“직접 하게?”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가게 앞 작은 의자를 빌려 앉는다. 바늘귀에 검은 실을 넣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아주머니가 “줘봐.” 하는데도 나는 바늘구멍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결국 실을 꿰었다. 여섯 개의 단추를 바꾸는 동안 손가락 끝을 바늘로 한 번 찌른다. 실이 엉켜 매듭을 풀기도 한다. 지나가던 손님이 내가 주인인 줄 알고 단추 가격을 묻기도 한다.

“저도 손님이에요.”

나와 아주머니가 동시에 웃는다. 마지막 단추를 달고 카디건을 들어본다. 십 년 가까이 입은 옷인데 얼굴이 달라 보인다.

“오래 입었으면 보온도 안 될 텐데 그냥 버리지 않고…”

“역할은 못 해도 추억이 있어서요.”

아주머니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집에 돌아와 카디건을 옷걸이에 건다. 원래 달려 있던 단추는 버리지 못하고 바카라상 위 작은 함 속에 담아둔다.

다음 날 아침, 새 단추가 달린 카디건을 입는다. 현관을 나서다가 찬바람이 느껴져 맨 아래 단추 하나를 잠근다. 검은 자개 위로 푸른빛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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