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수선집

오늘

by채율

광장시장 끝자락을 지나 종로 5가 쪽으로 걷는데 구둣방 앞에 신발 여러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다. 누군가 오래 신고 걸었을 법한 닳은 검은 구두, 앞코에 주름이 깊게 잡힌 갈색 로퍼, 밑창이 입을 벌린 운동화가 장인의 손길을 기다린다.

작업대 앞에 앉은 아저씨는 작은 망치로 구두 굽을 두드리고 있다.

탁, 탁, 탁.

지나가는 배달 오토바이 소리 사이로 망치 소리가 일정하게 끼어든다.

집에 있는 내 낡은 구두 한 켤레는 버리려고 재활용 바구니에 넣어두었다. 그 생각이 나서 아저씨의 손길을 한참 구경하다가 묻는다.

"요즘도 구두 고치는 사람이 많아요?"

아저씨가 나를 흘깃 보며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답한다.

"버리기 아까운 게 있잖아요."

그 말에 바닥의 신발들을 다시 내려다본다. 가죽은 군데군데 부서진 듯 갈라져 있고 서울의 먼지가 까맣게 붙어 있다. 오래 걷고, 서 있고, 어딘가를 오간 사람들의 흔적을 품고 있다.

아저씨는 구두 한 짝을 들어 손바닥으로 툭툭 털어낸다. 새 굽이 붙은 구두가 수선을 마친 신발들이 놓인 선반 위로 올라간다. 아침에 맡겨졌던 신발이 오후에는 다시 누군가의 발에 끼워져 종로를 걸어갈 것이다.

나는 아저씨의 작업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길을 건넌다. 횡단보도 중간쯤에서 신호가 깜빡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조금씩 걸음을 재촉한다. 나도 덩달아 빠르게 걷다가 건너편에 도착해 다시 속도를 늦춘다.

뒤쪽에서 구둣방의 작은 망치 소리가 몇 번 더 들리는 듯하다.

탁, 탁, 탁.

또 한 켤레의 낡은 얼굴이 조금씩 펴지고 있겠구나.

수,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