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영(빛나는)
제 아버지는 군인이셨습니다.
30년 넘게 바다를 지키셨고, 그런 아버지가 저는 늘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버지 직업을 물을 때면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해군입니다."
그런데 제 대답에 항상 되돌아오는 말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안 무서워?"
아마도 군인에 대한 딱딱한 이미지 때문인 것 같은데, 그 질문은 되려 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무섭진 않지만, 그렇다고 다정한 분도 아니셨기 때문입니다. 경상도 사나이, 그 자체였으니까요.
그런데 [나의 아빠, 광호에게]를 읽다 보니 빛나는 작가님의 아버지 광호 씨는 딸에게 너무 다정하신 분 같았습니다.
이 바카라은 3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습니다.
<1장 갑작스러운 이별>은 광호 씨의 장례식부터 시작됩니다. 아버지가 왜 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장 함께했던 시간>은 광호 씨와의 추억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몇몇 에피소드는 빛나는 작가님을 알게 된 뒤 온라인카지노에서 읽었던 글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초안이었겠지만요.
<3장 못다 한 말>은 광호 씨가 없는 세상에서 작가님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었고, 그리운 아빠에게 전하는 마지막 편지로 마무리되고 있었습니다.
바카라을 읽다 보니, 저희 집과 비슷한 풍경들이 많아 감정이입이 과도하게 되곤 했습니다.
딸만 있는 집에, 애교라고는 없는 무뚝뚝한 첫딸인 저, 그리고 저희도 'OOO 씨'라고 아버지를 부르곤 하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생긴, 아버지에 대한 친근함의 표시로 말이죠.
'네모난 칠판(p.66)' 에피소드에서는 세 여자를 사랑한 광호 씨의 모습을 보며, 네 여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계신 저희 아버지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제 아버지도 네 여자를 사랑하고 계시겠죠?
'비밀번호 1004(p.76)' 에피소드는 친구에게까지 다정한 광호 씨의 모습에 살짝 부러워졌습니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친구가 많지 않은 제 탓도 있겠지만, 제 친구와 아버지가 접점으로 만나는 기억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거든요.
'다림질하는 남자(p.102)' 에피소드에서는 '언젠가 또 올 거라는 기회는 영영 오지 않았다'라는 대목에서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자기 직전 이 바카라을 읽고 있던 저는 다음날 눈이 퉁퉁 부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인 <제3장 못다 한 말>의 시작 페이지(p. 113)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이 말은 진짜 처음 하는 것 같네.
아빠, 많이 보고 싶어, 정말, 진심으로.
먹먹함에 여러 번 멈추었던 저는, 이 마지막 챕터를 여는 데는 며칠이 더 걸렸습니다.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흘러도 읽어 내려갔는데, 이 마지막 챕터의 시작 페이지에서 더 이상 나아가질 못하겠더라고요.
며칠 만에 다시 읽기 시작한 마지막 챕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가을이 머문 자리에(p.114)'라는 에피소드였습니다. 너무 일찍 돌아가신 아빠의 시간이 삶의 세 번째 계절에 머물러 있다는 작가의 말에, 광호 씨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전해져 와 더 슬펐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빛나는 작가님의 나이가 어느덧 광호 씨의 나이와 비슷해졌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신 5월로부터 차츰 해방되어 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그리움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리움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호 씨가 하늘의 부름을 너무 일찍 받은 것은, 다정함이 한도초과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빛나는 작가님의 행보를 응원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내년 초, 저는 80세 생일을 맞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가까운 여행을 떠나볼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평균 나이 쉰을 넘긴 세 딸과 친정부모님만의 여행, 즉 원가족만의 여행으로 추억을 쌓을 예정이었는데, 이 바카라을 읽은 뒤 그 마음이 예정에서 계획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많은 기억들을 남겨둬야 한다는 것을, 작가님의 바카라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담담한 문체로 아버지를 추억하고 있는 에세이, [나의 아빠 광호에게]는 세상 모든 아들, 딸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