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하는 일

채수아

byMy Way

작년에 출간되어 제 예스 24 장바구니에 들어있던 채수아 작가님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아주 많이 늦은 독후감이지만, 읽고 머릿속에만 두기엔 너무 아쉬운 듯하여 기록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사실 익히 소문이 나 있던 바카라이라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성정이 강한 시어머님을 17년간 모시면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얻은 작가님이 분가를 하고 난 뒤 상처를 치유하고 시어머님과 화해와 이해를 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는 것 정도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카라을 읽으면서 제가 상상한 그 이상의 상황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그런 선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그렇게 심한 시집살이를 해본 적이 없는지라 작가님을 뼛속까지 이해할 순 없었지만, 결혼을 한 사람으로서 공감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한마디로, 채수아 작가님은 '사랑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작가님은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교사가 되었고, 타고난 사랑으로 아이들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 별난(?) 시어머님을 17년간 모시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는 내면에서 곪아 결국 몸밖으로까지 퍼져나갔습니다. 우울증 약을 처방받고 퇴직을 해야 할 정도로 말입니다.


만약 저라면 내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든 시어머님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을 방치하고 오히려 부추겼던 남편에게 화가 많이 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가님은 분가 후에도 시어머님의 안부를 물었고, 시어머님이 말기암 투병 중일 때는 지극정성으로 챙기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그분을 그리워하며 좋은 기억만을 떠올리셨습니다.

'이게 가능해?'

채수아 작가님은 정말 '사랑'이 너무 가득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바카라에는 시어머님과의 에피소드 외에도 아버지, 아이들, 남편, 그리고 제자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의 함정(pp. 96~98)>과 <철이 든다는 것(pp.224~226)>, 그리고 <어디에서든 자라는 사랑 씨(pp.261~262)>였습니다.


'했다는 마음, 주었다는 마음'만 잘 비우고 살아도, 우리의 삶이 더욱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맙고, 귀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내 앞에도, 당신 앞에도 많이 있지 않은가!('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의 함정 중에서, p.98)
철이 든다는 말은 사계절이 바뀌는 걸 알고, 우주의 섭리를 깨치는 것이라고 한다. (중략) 철이 든다는 건 우주 만물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니 보통의 사람은 그 경지에 가기 어렵지만,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참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철이 든다는 것 중에서, p.224/p.226).
내 일에 충실하고,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살면, 내 자식들은 어디에 있건 좋은 분들과 좋은 인연을 맺으며 살아갈 수 있음을. 내가 볼 수 없고, 내가 힘쓸 수 없는 영역에서도 사랑의 씨앗은 돌고 돌아 꽃을 피울 수 있음을(어디에서든 자라는 사랑의 씨 중에서, p.262).


이 바카라은 단순히 '시어머님과의 갈등'이라는 소재를 넘어 결국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답을, 작가님은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주고 계십니다.


솔직히 저는 작가님처럼 살아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상처를 받았음에도 아주 오랜 시간을 걸쳐 이해와 용서를 해나가는 모습은 그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앞에 있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만큼은 해보고 싶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지만, 어쩌면 이 짧은 생에서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지치고 흔들리는 순간이 있는 분들,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우고 싶은 분들께 이 바카라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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