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제일 검

22

by라한

22. 제일 검


이조 마루에 올라온 서리는 세자를 보고도 문서를 내려놓을 곳부터 찾았다. 서안마다 종이가 쌓여 있었고 그 위에 사직서가 한 장씩 놓였다. 관원들이 떠난 뒤에도 들어오는 문서는 멈추지 않았다.


"오늘 등청한 사람은 어디 있는가."

"안쪽에 한 분 계십니다. 다만 어젯밤부터 계셔서…."

"나머지는?"

"병을 얻으셨다 합니다. 사직서를 올리고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요."


예지는 서안을 지나며 봉한 사직서를 보았다. 몸이 쇠하여 일을 맡을 수 없다는 글이 앞에 놓여 있었다. 어제 빈청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이 쓴 것이었다.


"갑자기 병든 사람이 많구나."

"그러합니다."

"그대는 그 사람들이 하던 일을 어디까지 알고 있나?"

"문서를 어디서 받고 어디에 놓는지는 압니다. 결재가 나면 어디로 보내는지도 알고요. 결재 없이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서리가 든 묶음은 지난번과 같은 고을에서 올라온 인사 문서였다. 답이 없어 다시 보냈다고 했다. 예지는 그를 더 붙들지 않았다. 서리는 다른 서안의 종이를 세워 자리를 만들고, 새로 온 것을 그 사이에 꽂았다.


성균관에서 권당을 시작한 뒤 삼사의 젊은 관원들이 먼저 사직서를 냈다. 그다음에는 육조에서 같은 청이 올라왔고, 정승들은 병을 핑계로 등청하지 않았다. 예지는 병조와 호조에도 들렀다. 남은 사람들은 일을 하고 있었지만, 윗사람이 서명해야 나가는 종이들은 그대로였다.


승정원에 이르렀을 때에는 주서가 엎드려 붓을 쥐고 있었다. 예지가 부르자 놀라 일어났다가 어지러운지 서안을 붙들었다.


"앉아라. 언제부터 여기 있었느냐?"

"어제 아침부터입니다. 승지께서 잠깐 눈을 붙이고 오신다 하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교를 받을 사람이 더 없느냐?"

"돌아가며 맡고는 있으나, 어느 문서부터 보낼지 정할 분이 모자랍니다. 소인은 적은 것을 지시한 곳으로 보내야 하지요. 그렇다고 군량 문서를 임의로 뒤로 미룰 수도 없고요."


예지는 그 앞의 밥그릇을 보았다. 식은 밥이 거의 남아 있었다. 잠을 못 자서 삼키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내관에게 따뜻한 것을 가져다주라고 일렀다.


"서안의 순서대로 보내면 안 되는가?"

"돌려보낼 문서도 있습니다. 품계를 잘못 적어 온 것, 지난 문서와 내용이 다른 것…. 그런 것을 소인이 골라 돌려보내면, 주서가 전교를 막았다 합니다."

"남아 있는 승지들에게 이 일을 올려 보겠네. 그대가 혼자 밤을 새우면 다른 사람도 쉬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언제 누구에게 넘겼는지도 적어 두게."

"그리하겠습니다."


주서는 물그릇을 받으며 고개를 숙였다. 예지는 답을 청하러 왔다가, 답을 정할 사람부터 찾아야 했다.


*


세조 앞에는 사직한 자들의 이름과 문중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왕은 제출한 글보다 그 명단을 오래 보고 있었다. 예지가 들어가자 다 받아 줄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물러나겠다는 자를 붙들어 앉히고 싶지는 않다. 과인의 녹을 받는 사람이 계집의 관복이 보기 싫다며 붓을 놓았으니, 계속 녹을 줄 까닭도 없지. 다만 물러나게 하면 누가 앉을 것이냐. 네가 돌아다녔다 하니 물어본다."

"서리들은 남아 있습니다. 남은 관원도 있으나, 결재를 맡을 자리가 비어 문서가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 결재하는 사람을 데려와야겠구나."

"일을 나눠 맡길 수 있게 하시면…."

"열에 둘 남은 사람들에게 열이 하던 일을 나누라는 말이냐? 그 둘까지 쓰러지면?"


예지는 왕이 정말 방법을 몰라 묻는지 의심스러웠다. 이미 모자라는 인원을 상세히 적어 놓고 세자에게 방법을 내라고 하고 있었다.


정은이 아뢸 것을 청했다.


"서안을 채울 사람은 구할 수 있습니다. 여성부 관원들이 문서를 나누어 본 뒤 남아 계신 관원에게 결재를 올리도록 해 주십시오. 사직을 허하실지는 전하께서 정하시되, 그들이 하던 일까지 비워 두지는 마십시오."

"여성부의 사람들은 저희 일만 해도 모자라다 하지 않았느냐?"

"더 뽑으려 합니다. 지난 시험에서 떨어진 사람 중에도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이가 있었지요. 모든 일을 혼자 시키면 어려워도 서리와 나누어 맡길 일은 있습니다."

"열다섯으로 육조의 자리를 모두 채우겠다는 것입니까?"


남은 대신 하나가 묻자, 정은은 고개를 저었다.


"관원의 서명까지 대신할 수 있다는 말씀은 드리지 않았습니다. 막힌 문서를 골라 정리하고 필요한 판단은 남아 계신 관원에게 올리려 합니다. 그분들도 어느 일부터 할지 몰라 쌓아 두고 계시지요. 서리들은 시킨 일 밖의 종이를 만졌다가 허물을 잡힐까 두려워하고요. 일을 나눌 명을 내려 주십시오."


채윤이 사관석에서 일어났다. 정은이 그를 보았다.


"저하께 먼저 여쭙겠습니다. 그렇게 앉힌 관원들은 누가 지킵니까? 지금도 여성부 앞에서 겁박을 당하는데, 육조로 나누면 더 넓게 흩어지지요. 사직한 자가 돌아와 제 서안 앞에 앉은 여인을 보고 무슨 짓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 일도 걱정하고 있네."

"걱정하고 계신다는 답만으로 보내실 수는 없습니다. 소인은 어제도 달래가 돌아가는 길을 확인하였습니다. 저녁마다 새 길을 정하고 다른 관청까지 살필 인원이 있으십니까?"


예지는 채윤을 보았다. 어전에서 자신을 몰아세우는 말투가 서운했으나, 어젯밤에 끝까지 답하지 못한 일도 맞았다. 정은이 대신 대답하려 하자 예지가 손을 들어 기다리게 했다.


"지금 있는 인원만으로는 모자라네. 해가 지기 전에 함께 돌아오게 하고, 각 관서에 남아 있는 사령도 일을 나누어야겠다. 다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할 수는 없어."

"그러면 먼저 경비의 바카라임자를 정하십시오. 그 뒤에 앉혀도 됩니다."

"빈자리를 오래 두면 저들이 돌아와 여성부부터 없애자 할 것이네."


정은이 끼어들었다.


"처음에는 글을 못 읽을 것이라 했고, 읽는 것을 보니 관청 일을 모를 것이라 했어. 이제 배우려는 사람을 못 앉히게 하면 어느 때 할 수 있나? 저들이 좋다 하는 때를 기다리면 그때도 새 이유를 가져올 것이네."

"내가 기다리라는 것은 저들의 허락이 아니네. 사람을 보내고 나서 다친 팔을 보자는 일부터 멈추자는 것이지."

"그럼 어디까지 준비하면 되나? 네가 적어 주면 내가 그 관서에 가서 요구하겠네. 귀갓길을 정하고, 문을 닫는 때까지 바카라임질 사람을 정하고. 우리가 요구할 것도 직접 봐야 알지 않겠나."

"그렇게 모든 관서를 네가 돌아다닐 것인가? 너도 몸이 하나야."


두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자, 대신들이 서로를 보았다. 여성부를 세울 때 함께 나서던 감찰과 사관이 오늘은 같은 자리에서 다투고 있었다. 세조는 끼어들지 않고 듣다가 예지를 불렀다.


"둘 다 네가 곁에 둔 사람이다. 무엇을 하겠느냐."


예지는 미리 준비한 대답을 찾지 않았다. 채윤에게 물었다.


"오늘 누구를 어디로 보내면 가장 위험하겠는가. 다 막연히 위험하다고 두지 말고 먼저 알려 주게."

"정은을 각 관서에 혼자 보내는 일은 피하셔야 합니다. 수련은 말을 아껴 자리에 앉힌 뒤에도 불편한 일을 늦게 알릴 수 있고요. 지밀에서 온 분들은 관아에 드나드는 법부터 새로 익혀야 하지요."

"좋다. 정은은 혼자 가지 않는다. 수련에게는 하루가 끝나기 전에 누구에게 무엇을 넘겼는지 묻고, 처음 가는 사람은 서리가 함께 다니게 하자. 관서의 사령을 누가 지휘할지는 오늘 정해 받아 두겠다. 그 명을 못 받은 곳에는 보내지 않고."


정은도 입을 다물고 들었다. 예지가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게 시작해도 늦지 않겠는가."

"오늘 정하시면 내일 필요한 문서부터 볼 수 있습니다. 소인이 가서 각자의 뜻도 묻겠습니다. 이미 뽑힌 관원이라고 무조건 보내지는 않겠습니다."

"그리하자."


왕이 명단을 덮었다.


"과인의 생각도 들을 테냐."

"말씀하십시오."

"사직서의 반은 돌려주어라. 돌아오게 하면 당장의 일은 굴러간다. 남은 자리에서만 사람을 쓰고, 여성부는 육조와 맞다투는 권한을 줄여라. 저들도 체면을 세우고 너도 사람을 얻을 수 있다."


예지는 왕이 제일 먼저 여성부의 권한을 줄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아문이 답을 미뤄도 다시 물을 수 있게 하자던 청이었다.


"그 권한을 줄이면 형조에서 문서를 돌려주었던 일을 다시 겪게 됩니다. 돌아오는 관원도 어떤 일을 맡을지 분명히 하고 받아야 합니다. 그저 자리만 돌려주면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일했는지 모르게 됩니다."

"나라를 위해 일한 것이지. 네 사람에게 자리를 주려고 일했느냐?"

"그래서 그 일을 한 사람이 계속 맡을 수 있게 하려 합니다. 사직한 사람이 돌아온다고 모두 먼저 일한 사람을 밀어낼 수는 없습니다."

"과인의 말을 거스르겠다는 것이냐?"


예지는 두 손을 바닥에 짚었다. 무릎이 불편한 것보다 누가 옆에서 숨을 들이켰는지가 더 크게 느껴졌다.


"사직서는 전하께서 정하십시오. 다만 일을 맡길 길을 남겨 주십시오. 돌아온 자가 여인의 문서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소자가 또 오늘처럼 아뢰어야 합니다. 그때마다 새로 청하지 않도록 이미 내리신 권한을 유지해 주십시오."


왕은 예지를 오래 보았다. 그러다가 명단을 다시 펴고 몇 이름에 붓을 댔다.


"네 뜻대로 해 보아라. 사직한 자들을 모두 같은 처지로 여기지는 말고. 누구를 돌려보낼지는 과인이 정한다. 경들은 남은 인원을 다시 올리라."


예지는 명을 받고 일어섰다. 채윤은 서안으로 돌아가 방금 오간 말을 적고 있었고, 정은은 물러나는 관원들 사이에서 경비 바카라임자를 누구에게 물을지 찾았다. 두 사람은 서로 말을 걸지 않았다.


*


"화났어?"


청사 뒤에서 정은이 묻자 채윤은 돌아보지 않고 답했다.


"어전에서 물을 말은 다 물었네."

"그러니까 여기서는 말 안 하겠다는 거야? 나한테 할 말 있으면 하고 가. 오늘도 밤새 종이만 들여다볼 거면서."


채윤이 더는 외면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예지는 문서를 찾으러 왔다가 처마 아래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름을 불러 끼어들려던 입을 닫았다.


"네가 꼭 먼저 서야겠나. 자네도 그 말이 지겨울 것을 아는데, 나는 네가 다치는 걸 또 보고 싶지 않아. 오늘 아침에도 옷을 입다가 어깨를 움츠리던데 다 나았다고 할 수 있나?"

"아직 좀 아파. 그렇다고 내가 안 가면 다른 사람이 가야 하잖아. 내가 앉히자고 한 사람을 혼자 보내고 여기 있으면 더 마음이 쓰일 거야."

"그럼 내가 가겠네."

"너는 어전에도 가고 예문관에도 가야 해. 네 일을 버리고 내 뒤를 따라다닐 수는 없어."

"내가 버린다고 했나."

"버린 적 없지. 네 잠을 버렸지. 내가 그걸 몰라? 네가 밤마다 뒷마루에 오던 동안 나는 방 안에서 발소리를 들었어. 고맙고, 미안하고, 화도 났어. 내 일 때문에 네가 언제 잘지 내가 기다리는 건 싫어."


채윤의 대답이 늦어졌다. 정은은 한숨을 쉬고 목소리를 낮췄다.


"이번에도 걱정할 거면, 걱정하는 것들을 써 줘. 내가 빠뜨린 것을 알려 달라는 말이야. 어전에서 네가 말한 건 다 필요한 거였어. 나도 성이 나서 그 자리에서 네 걱정을 다 물리려 한 건 잘못했고."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더 말하기 어렵네."

"왜. 내가 잘못했다고 하는 날은 귀하니 그냥 받아."


채윤은 결국 웃었다. 정은은 그 웃음을 확인하고 어깨를 폈다.


"다친 곳을 숨기면 바로 찾아내도 되지?"

"찾아내는 건 네가 원래 하던 일이잖아. 대신 남들 앞에서 팔부터 붙잡고 걷어 보이지만 마."

"그건 내가 한 말이었는데."

"그러니까 이제 둘 다 지키자고."


예지는 두 사람이 다시 말을 주고받는 것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끼어들면 어전의 격식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찾으려던 문서는 나중에 내관에게 가져다 달라고 했다.


다음날 왕이 받아들인 사직서는 다섯 장이었다. 오래 공을 내세워 조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집안의 관원들이 들어 있었다. 빈자리는 왕이 미리 골라 둔 사람에게 갔다. 예지는 명단을 읽다가 이조에 다시 물었다. 여성부에서 보낼 보조 관원의 자리가 어디까지 남았는지 알아야 했다.


그 자리를 통해 육조에 열둘, 삼사에 셋이 나뉘어 들어갔다. 일을 배울 때에는 남은 서리와 함께 앉고, 결재는 정해진 관원에게 올렸다. 관청마다 비어 있는 상급 자리는 세조가 따로 채웠다. 모든 사람이 여성부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어떤 관원은 문서 정리를 도왔고, 어떤 관원은 보고서에 자기 이름이 들어갈 때에만 붓을 들었다.


*


"이 이름은 아까도 있었습니다."


수련이 말하자 늙은 서리가 손을 내밀었다. 수련은 가져온 문서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이름만 같아 보이면 동명이인일 수 있다고 배운 뒤였다. 이번에는 본관과 아버지의 이름, 전에 있던 자리까지 같이 적혀 있었다.


"날짜를 보았습니까? 옮기기 전과 뒤가 섞였을 수도 있습니다."

"예. 한쪽에는 떠난 날이 비어 있는데 다른 쪽에는 새로 줄 녹이 적혀 있습니다. 이대로면 같은 때 두 곳에서 녹을 주게 됩니다."


서리는 문서를 당겨 다시 읽었다. 수련은 그가 확인하는 동안 더 말하지 않았다. 처음 이조에 왔을 때에는 비슷한 이름을 잘못 묶어 한참을 다시 고쳤다. 그 뒤로는 확실한 것부터 따로 써 놓고 물었다.


"이건 낭청께 올려야겠습니다. 내일 오시는 분이 계시니 보이십시오."

"오늘은 누구께서 보십니까? 군량에 관한 문서는 오늘 나간다 하였습니다."

"그것과 이 일을 같이 올리면 싫어하실 텐데."

"그럼 틀렸을 때 어디로 돌려보내야 하는지만 먼저 여쭙겠습니다. 저도 미루다 잊을까 봐 그러합니다."


수련은 종이를 얇게 묶어 보고할 문서 위에 얹었다. 서리는 그 모습을 보고, 아래의 이름을 그대로 믿지 말고 원래 도목도 찾아보라고 일렀다. 수련이 원래 문서를 볼 수 있느냐고 묻자 열쇠는 자기가 가지고 있으니 꺼내다 주겠다고 했다.


"언제 받을 수 있습니까?"

"다른 것을 찾으러 갈 때 같이 가져오겠습니다."


수련은 필요한 문서 이름을 따로 적어 서리에게 건넸다. 그날은 오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에도 같은 종이를 준비해 두었다.


호조에서는 달래가 장부의 수량을 다시 쓰고 있었다. 조운선에서 내린 양과 창고에 넣은 양이 맞지 않았다. 남은 낭청은 옮기는 중에 젖은 곡식이 있을 수 있다고 했고, 달래는 젖은 것은 어느 칸에 적는지 물었다.


"아래에 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를 빼도 남습니다. 이 수량은 어느 곳에 넣어야 합니까?"

"섬을 재는 기준이 다를 때도 있습니다. 배에 실을 때와 창고에서 받을 때가 같다고 보면 안 됩니다."

"그럼 기준을 적은 문서를 보여 주십시오. 거기에 맞춰 다시 계산하겠습니다. 저는 잔치의 술독을 맞추던 사람이라 이 단위를 그대로 믿었지요."


낭청은 달래를 잠깐 바라보았다. 먼저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니 빈정거릴 틈이 없어진 듯했다. 서리를 불러 환산하는 표를 가져오라 했다.


달래는 그 표를 옆에 놓고 다시 계산했다. 처음 적은 곳 몇 군데를 고쳤으나 남는 양이 있었다. 저녁에 여성부로 돌아와 정은에게 장부를 보였다.


"이만큼은 아직 못 찾았습니다. 버린 곡식인지, 다른 창고로 간 것인지, 글이 빠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못 찾았다고 올리십시오. 없어진 것을 그대가 채워 넣을 수는 없습니다."

"소인이 잘못 읽은 것이면요?"

"그것도 다시 고치면 됩니다. 물은 곳과 들은 답을 같이 적어 두시면 됩니다. 그냥 틀렸다고만 돌려보내면 어디부터 다시 볼지 모르니."


달래는 그날부터 자신이 읽은 장부를 따로 베꼈다.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가 바꾸어 놓아도 처음 무엇을 보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수련은 글씨가 늦어 밤이 길어질 것 같다고 했지만 달래는 자기가 읽을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했다. 남에게 맡기면 숫자를 한 번 덜 보게 된다는 이유였다.


승정원에서는 지밀에서 온 궁녀가 전교를 받아 적는 주서 곁에 앉았다. 주서는 처음에는 문서를 넘기지 않다가, 자신이 밤새 쥔 것들을 그 궁녀가 차례로 묶어 놓자 한 장을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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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기획 및 집필 작가] 글을 씁니다. 계속 써 왔고 앞으로도 씁니다. 쓴 글들을 통해 또 쓰려는 이야기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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