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겨울정원사9

by로벤

9화

라우터는 그날 오후, 마르틴이 외근을 나간 사이 인사과에 잠깐 들렀다.

공식적인 용건은 아니었다. 그는 인사과 직원에게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자연스럽게 서류함 쪽으로 다가갔다.

“보이어 파일 좀 다시 볼까. 이번 승진 심사 때문에.”

이유는 그럴듯했고, 인사과 직원은 별다른 의심 없이 서류함 열쇠를 건넸다.

라우터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문을 닫고, 마르틴의 인사기록 카드를 펼쳤다.

카드는 오래된 것이었다. 색이 바랜 종이, 타자기로 찍은 글자들 위에 손으로 덧붙인 메모 몇 줄. 학력, 이전 전공(문학, 2학년 때 행정학으로 전과), 신원조회 결과, 추천인 명단.

라우터의 눈이 한 항목에서 멈췄다.

전과 사유: 개인 사정.

그는 그 짧은 문구를 오래 들여다봤다. ‘개인 사정’이라는 말은 이런 종류의 서류에서 언제나 뭔가를 감추는 말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봐온 수백 개의 인사기록 중, 진짜로 ‘개인 사정’인 경우는 열에 하나도 안 됐다.

그는 서랍에서 다른 파일을 하나 더 꺼냈다. 20여 년 전, 마르틴이 다니던 대학의 학생 동향 보고서. 이런 자료는 어느 대학이든 정기적으로 검열국 계통으로 넘어오게 되어 있었고, 오래된 것들은 지하 서고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보고서를 넘기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라우터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원래 이런 일에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한 페이지에서, 그는 ‘문학 동아리 관련 사건’이라는 제목의 짧은 기록을 발견했다. 지하실 급습, 지하출판물 압수, 관련자 한 명 체포. 체포된 사람의 이름은 마르틴의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이름이었다.

라우터는 그 페이지를 한참 들여다봤다. 그러다 그 옆, 참고인 명단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 아주 작은 글씨로 몇 개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중 하나가 마르틴의 옛 이름과 일치했다.

그는 그 페이지를 뜯지 않았다. 복사하지도 않았다. 그저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조용히 파일을 덮었다.

그는 창밖을 봤다. 오후의 흐린 빛이 유리창에 부딪히고 있었다.

라우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 표정만으로는 아무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화가 난 것도, 실망한 것도 아닌 얼굴이었다. 그저 뭔가를 가늠하는, 오래된 습관에 가까운 표정.

그는 서랍을 열어 그 두 파일을 나란히 넣었다. 잠그지는 않았다.

그날 저녁, 마르틴이 외근에서 돌아와 보고를 하러 왔을 때, 라우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웃으며 그를 맞았다.

“수고했어. 별일 없었고?”

“네, 별일 없었습니다.”

“그래.”

라우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받아 들었다. 그는 마르틴의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 잠깐,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더 길게.

“내일도 계속 진행하지.” 그가 말했다.

“천천히 해도 돼. 우리, 시간은 많으니까.”

마르틴은 그 말에서 어떤 특별한 뜻을 읽어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나왔다. 그는 라우터의 서랍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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