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라우터의 지시는 예상보다 구체적이었다.
“인쇄 방식을 보니 등사기야. 시내에 이런 구식 등사기를 굴리는 인쇄소가 몇 안 남았어.” 라우터는 서류철 하나를 마르틴의 바카라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국경 검문소 쪽 협조 요청도 넣어놨고. 자네가 직접 몇 군데 돌아보는 게 빠를 거야.”
“알겠습니다.”
“급할 건 없어.” 라우터는 문가에서 돌아서며 예의 그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이런 건 서두르면 오히려 놓치는 법이니까.”
그 말이 마르틴의 귀에 오래 남았다. 서두르면 놓친다. 라우터는 아마 인쇄소 얘기를 한 거겠지만, 마르틴에게는 다른 뜻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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