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퇴근길, 전차는 만원이었다. 마르틴은 손잡이를 잡은 채 창밖을 봤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안 오는 것도 아닌, 그런 애매한 습기가 유리창에 뿌옇게 서려 있었다. 전차가 정류장마다 설 때마다 사람들이 내리고 탔지만, 아무도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이 도시의 대중교통이란 원래 그런 것이었다 - 낯선 사람들이 눈을 마주치지 않는 법을 서로 존중해주는 공간.
그는 습관처럼 손끝으로 유리를 슬쩍 문질렀다. 뭔가를 보려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자신이 조금 답답해서. 스스로 육체의 침묵을 이렇게 불편해했었던가 생각하면서. 창밖으로는 익숙한 풍경이 지나갔다. 전쟁 통에 반쯤 무너졌다가 그대로 방치된 건물 하나, 그 옆에 새로 지은 콘크리트 상자 같은 아파트. 두 시대가 나란히 서 있는데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 도시에서는 폐허와 재건이 늘 이런 식으로 이웃해 있었다.
손끝. 그 단어가 오늘따라 자꾸 걸렸다.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계단 조명은 3층까지밖에 안 들어왔고, 그 위부터는 늘 그렇듯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올라가야 했다. 문을 열자 익숙한 온기와 양배추 삶는 냄새가 훅 끼쳤다.
아내 그레테는 부엌에서 아이들 저녁을 치우고 있었다. 그녀는 마르틴이 문화부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물은 적이 없었다. 결혼 초에 한두 번 물었다가, 그가 대충 얼버무리는 걸 보고는 더 묻지 않기로 한 것 같았다. 그게 배려인지, 두려움인지, 혹은 그저 무관심인지 마르틴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침묵이 이 결혼을 지금까지 지탱해온 기둥 중 하나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늦었네.” 그레테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원망이 아니라, 그냥 사실을 말하는 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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