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겨울정원사1

by로벤

1화

11월의 도시는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애초에 색이랄 게 없었다. 전후에 급하게 올린 아파트 단지들은 콘크리트에 회색 페인트를 덧입힌 것뿐이었고, 그마저도 20년의 매연과 습기 속에서 원래의 회색보다 더 짙은, 이름 붙일 수 없는 색으로 바래 있었다. 마르틴 보이어는 그 색을 매일 아침 창밖으로 내다보며 생각했다. 저건 회색이 아니라, 색이 포기한 자리에 남은 얼룩이라고.


검열국 건물은 그나마 좀 나았다. 전쟁 전 지어진 신고전주의 양식의 잔재가 남아 있어서, 정면 기둥들은 아직도 위엄을 흉내 내고 있었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얘기가 달랐다. 복도의 형광등은 반쯤 나가 있어서 걸을 때마다 불규칙하게 명멸했고, 벽에는 몇 해 전 발라놓은 베이지색 페인트가 벗겨져 그 아래 더 오래된 초록색이 드러나 있었다. 마르틴은 그 벗겨진 자리를 볼 때마다, 이 건물이 몇 겹의 거짓말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짐작해보곤 했다.


그의 사무실은 3층, 복도 끝. 창문 하나는 항상 반쯤 얼어 있어서, 겨울이면 성에 너머로 밖이 흐릿하게만 보였다. 마르틴은 그 흐릿함이 오히려 편했다. 선명한 것보다 흐릿한 게 견디기 쉬웠으니까.


그날 아침, 바카라상 위에는 압수품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국경 검문소에서 걸린 여행가방 안쪽 지퍼 주머니에서 나온 것들 예컨대, 등사판으로 찍은 얇은 종이 뭉치들. 지하출판물. 대부분은 뻔했다. 서방 라디오 방송 필사본, 조잡한 정치 풍자만화, 누가 봐도 반체제적인 게 뻔한 것들.


그중 한 장이 다른 것들과 달랐다. 시였다.

마르틴은 별 기대 없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등사기 특유의, 손으로 눌러쓴 듯한 필체가 종이 위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런 종류의 시는 흔했다 - 자연을 노래하는 척하며 정치적 은유를 숨기는, 하지만 대개는 너무 뻔해서 초심자도 잡아낼 수 있는 수준의 것들. 그는 첫 줄을 읽었다.


정원에는 아무것도 심지 않았다

씨앗은 서랍 속에서 잠들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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