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걷는 동네 산바카라길에는 뽕나무가 두 그루 있다. 그중 하나는 길가(엄밀히 말하면 남의 집 뒷마당에 뿌리가 있고 가지가 담장 밖 길가에 드리워진 상태)에 있는데,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지점이다.
봄이 되어 나뭇가지에 파란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오디가 열리기까지는 잠깐이다.
뜨거운 태양빛에 빨갛던 오디가 금세 까맣게 익고, 그때부터 오디는 남편과 나의 영양 간식이 된다.
달콤하게 무르익은 오디가 손바닥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든 말든 우리는 고개를 위로 치켜세우고 오디를 따먹느라 분주하다.
손 닿는 범위를 넘어선 까만 오디는 저절로 바닥에 떨어져 사람들 발길에 밟히고 길바닥을 진한 와인색으로 물들인다. 손이 닿을 수 있는 가지에는 어느새 빨간 오디만 남았다. 그러나 곧 내일 저녁이면 까맣게 익을 것이고, 그것은 다시 우리의 간식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뽕나무는 남의 집 앞마당에 있으니 소유주가 분명하다. 그러므로 손대지 않는다. 까맣게 잘 익은 탐스러운 오디를 보고 지나치면서 아쉬움에 고개가 뒤를 향한다. 그림의 떡이라 그런지 길가 뽕나무의 오디보다 훨씬 크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궁금하디.
여기 사람들은 오디가 먹는 건 줄 모르나? 왜 따먹지 않고 그대로 떨어져 밟히게 만드는 거지?
다람쥐도 안 먹고, 새들도 안 먹고, 토끼는 손이 닿지 않는다. 하긴 땅바닥에 떨어진 것만 해도 오디잼을 만들고 남을 정도이니 그들을 위해 가지에 그대로 매달아 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늘도 진한 아쉬움을 흘리며 그 집 앞마당 뽕나무를 지나치는데 길가에 주차된 차 문에 이상한 얼룩이 눈에 띄었다. 다가가 자세히 보니 그것은 바로 공중으로부터 투하된 보라색 새 똥이다. 아하, 너희들도 먹는구나!
보라색을 보면서 남편과 나는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기도 똥 색깔이 저랬어?" 푸하하하.
동물이나 사람이나 산바카라길에 오며 가며 오디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어쨌거나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