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연가

by블루랜턴

일요일은 아들과 며느리가 오는 날이다.

성당 미사를 끝내고 부모인 우리를 볼 겸 점심을 먹으러 오는 것인데, 남편은 은근히 이 날을 기다린다.


이유인즉,


나는 하루 종일 말을 안 하고도 살 수 있는 조용한 타입이다. 묵언수행이 필요 없다.


반면에, 남편은 청중 앞에서 썰 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청중이 청중들이면 더욱 좋고, 모르는 사람들이 섞여있는 대중이면 더한층 신이 난다.


아무리 말하기 좋아하는 남편이라도 스님 버금갈 만큼 조용한 나와 하루 종일 있으면 저절로 말수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거기에 움직임 없는 나의 리액션도 한몫한다. 사실 리액션이란 게 '음...' '오옴.....' 외에 별 거 없지 않은가!


또, 대화한답시고 섣불리 물꼬를 텄다가는 언쟁으로 끝나고 서로 마음의 앙금만 남기 십상이라 언제부턴가 대화는 점점 짧아지고 횟수도 차츰 줄어들었다. 솔직히 부부가 마주 앉아 철학을 논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며, 물론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신혼부부인 아들과 며느리가 오는 일요일은 다르다.

그들의 젊은 에너지가 더해지며 칙칙하던 집안 분위기가 금가루를 뿌린 듯 금세 화사해진다. 게다가 남편의 말을 들어줄 청중이 두 명이나 더 늘어나는 것이니 남편으로서 반갑지 않을 리 없다.


그들이 오기 1시간 전부터 남편은 갈비를 굽겠다며 양념해 놓은 갈비를 밖으로 들고나갔다가, 식탁에 의자를 가져다 놓는 등 혼자서 미리 바쁘다. 식후에 먹을 과일까지 곱게 깎아 접시에 담아둔다.


며느리의 리액션은 나와 다르다.

공기에 밥을 담으며 잘 할 줄 모르는 한국말로 "아버님, 이거...?" 하고 남편을 보며 방글방글 웃는다.

이거면 되겠냐는 뜻인데, 남편에게 밥의 양은 안중에 없다. 웃어주는 며느리가 그저 좋아서 "응 응 응 허허허" 하고 맞받아 웃는다. 뭐가 우습다는 건지.


그녀는 시아버지의 전혀 웃기지 않은 철 지난 농담에도 '와하하하!' 하며 웃어준다.

아들도 픽 하고 웃는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남편의 썰이 청중들을 만나 활개를 펴는 시간이다.

남편의 이야기가 시답지 않은 사람은 오로지 나 혼자다. 나는 그들의 리액션에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굳건하게 앉아 경을 외는 스님처럼 가끔 목탁 치듯 한 마디 할 뿐이다. "국 더 줄까?"


그렇게 두어 시간이 지나고 아들과 며느리가 돌아가고 나면 남편은 다시 유튜브와 한 몸이 되고, 나는 노트북과 물아일체가 된다. 절간의 고요가 다시 찾아왔으나 일요일 점심 잠시나마 생기를 찾은 남편은 나의 묵언에 한결 너그럽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흔히 말하지만, 며느리가 거저 얻는 공은 아닐 것이다.

나도 그 이유를 안다만, 고양이과의 조용한 내 성향이 개과의 발랄함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이것도 수없이 노력해서 그나마 활발해진 것임을 내가 아노니.


명랑한 청중을 만날 수 있는 일요일을 위해 남편은 월요일부터 점심 메뉴를 고른다.


요리는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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