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 인사이드>
매일 다른 얼굴로 깨어나는 남자가 있다. 젊은 여자로, 노인으로, 외국인으로 눈을 뜬다.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하나, 그 안에 깃든 마음 하나뿐이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우진은 혼자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사람이다. 인터넷만 있으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 매일 다른 얼굴로 살아가는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가구 매장에서 이수를 만나고 한눈에 마음을 빼앗긴다. 흔히 내면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첫인상에서 외모가 갖는 힘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는 이수 앞에 조금이라도 더 괜찮은 모습으로 서고 싶어 한다.
마침내 그는 잘생긴 청년의 얼굴로 눈을 뜬다. 그날은 이수가 지인들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하려던 날. 영화는 그 장면을 짜릿한 타이밍으로 그려낸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절망하던 그에게 찾아온 행운에 나 역시 탄성을 삼킬 수 없었다.
하지만 같은 얼굴은 단 하루뿐이다.
우진은 매일 아침 달라진 신발 사이즈를 확인하고 시력을 재어 안경을 고른다. 그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아가지만,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였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단순히 마음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익숙함을 쌓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같은 목소리, 같은 표정, 같은 걸음걸이 속에서 사람은 상대를 기억하고 안심한다. 사랑은 그렇게 쌓인 믿음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하지만 그것은 우진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우진이 받아들인 변화는 이수에게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는 어제와 오늘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그녀의 눈앞에는 매일 다른 얼굴의 낯선 이가 서 있었다.
약속 장소에서도 그를 알아볼 수 없고, 사람들 사이에서 찾을 방법도 없다. 분명 같은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데도, 매일 처음 만나는 사람을 대하는 듯한 불안이 스며든다.
처음에는 우진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내 마음은 이수 쪽으로 기울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 누군가를 아끼는 만큼 불안도 커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과 낯섦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을까. 영화는 이수의 흔들리는 마음을 통해 물음을 던진다.
이 기묘한 설정은 자연스럽게 사랑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정말 상대의 내면을 사랑한다고 믿는다. 그 내면을 알아보는 과정에는 외모와 표정, 목소리와 같은 수많은 외적인 단서들이 개입한다. 만약 그것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우리는 여전히 같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 역시 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다. 사랑도 변하지 않는 마음을 찾는 일이 아니라, 변해가는 서로를 계속 알아보려는 노력에 가깝지 않을까.
아침의 나는 저녁의 나와 다르고, 어제의 확신은 오늘의 망설임이 되기도 한다. 얼굴은 같아 보여도 사람은 끊임없이 변한다. 우진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변화를 눈에 보이게 드러낸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화의 설정은 판타지이지만 질문만큼은 현실적이다. 사랑은 무엇으로 지속되는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한 여자를 둘러싼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이 결국 우진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진의 직업이 가구를 만드는 일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나무는 의자가 되기도 하고 바카라상이 되기도 하지만 재료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형태는 달라져도 본질은 그대로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우진이 남기는 말이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나 또한 하루 끝에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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