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의 완료 기준

DoD(Definition of Done)에 대한 다양한 사례 연구

by김용진

“이 업무는 거의 끝났습니다.”

회의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런데 ‘거의 끝났다’는 말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된다.

담당자는 초안을 작성했으니 끝났다고 생각한다. 팀장은 검토와 수정까지 되어야 끝났다고 생각한다. 고객은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완료라고 판단한다.


업무가 끝났다는 말은 같지만, 완료의 기준은 서로 다른 셈이다.

그래서 조직에는 업무의 완료 기준이 필요하다. 이를 실무에서는 DoD, 즉 Definition of Done이라고 부른다.


1. DoD란 무엇인가


DoD는 특정 업무가 ‘완료되었다’고 판단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구체적인 조건이다.

단순히 일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결과물이 어떤 상태에 도달해야 완료로 인정할 것인지 미리 정하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보고서 작성”이라는 업무가 있다고 하자.

담당자는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면 완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이 정한 DoD가 다음과 같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고서의 초안이 작성되어야 한다. 관련 데이터의 출처가 확인되어야 한다. 핵심 내용에 대한 검토가 완료되어야 한다. 오탈자와 형식이 수정되어야 한다. 최종본이 지정된 폴더에 저장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업무가 완료된 것이다.


따라서 DoD는 업무의 종료선이다. 어디까지 해야 끝인지 알려주는 경계선이며, 담당자와 상급자와 고객이 공유하는 공통 기준이다.


2. 왜 업무의 완료 기준이 필요한가


업무의 완료 기준이 필요한 이유는 ‘완료’에 대한 해석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한 팀에서 담당자가 “완료했습니다”라고 보고했는데 팀장이 “아직 검토가 안 됐잖아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담당자는 억울하다.

“요청하신 자료는 모두 작성했습니다.”


팀장도 답답하다.

“작성만 하면 끝인가요?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고, 의사결정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죠.”

이 상황에서 문제는 담당자의 태도만이 아니다. 완료 기준이 사전에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DoD가 있으면 업무가 개인의 감각에 의존하지 않는다. 담당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고, 관리자는 어떤 기준으로 검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협업자는 언제 다음 단계로 업무를 넘겨받을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결국 DoD는 업무 품질의 기준이자 협업의 약속이다.


3. ‘작업 완료’와 ‘업무 완료’는 다르다


업무를 완료했다는 말은 작업을 끝냈다는 의미와 다르다.

기획자가 기획안을 작성했다고 해서 기획 업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자가 내용을 이해하고 승인해야 한다. 관련 부서가 실행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필요한 예산과 일정이 반영되어야 한다.


개발자가 프로그램 코드를 작성했다고 해서 제품 개발이 끝난 것도 아니다.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고, 오류가 수정되어야 하며,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 담당자가 교육을 진행했다고 해서 교육 업무가 끝난 것도 아니다. 참석자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고, 만족도 조사가 완료되어야 하며, 결과보고서가 작성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교육 후 행동 변화까지 확인해야 한다.


작업은 담당자의 활동을 의미한다. 업무 완료는 고객이나 다음 업무 담당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DoD의 출발점이다.


4. 사례 1) 보고서 작성 업무의 DoD


보고서 작성 업무에서 가장 흔한 문제는 ‘작성 완료’와 ‘제출 가능’이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직원이 시장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하자. 문서 파일은 만들어졌지만 핵심 데이터의 출처가 없고, 표와 본문의 수치가 일치하지 않으며, 결론이 모호하다면 실제 업무는 끝난 것이 아니다.


보고서 작성의 DoD는 다음과 같이 정할 수 있다.

보고서의 목적과 독자가 명확해야 한다. 핵심 메시지가 첫 페이지에 제시되어야 한다. 사용한 데이터의 출처가 확인되어야 한다. 본문과 표의 수치가 일치해야 한다. 결론과 실행과제가 연결되어야 한다. 상급자의 검토가 완료되어야 한다. 최종 파일명이 규칙에 맞게 저장되고 관련자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이 기준이 있으면 “보고서를 썼다”가 아니라 “의사결정에 사용할 수 있는 보고서를 완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5. 사례 2) 회의 운영 업무의 DoD


회의도 시작과 종료만으로 완료되는 업무가 아니다.

회의를 진행했지만 참석자들이 무엇을 결정했는지 모르고,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정리되지 않았다면 회의는 형식적으로만 끝난 것이다.


회의 운영의 DoD는 회의 목적이 사전에 공유되어야 한다. 필요한 자료가 회의 전에 배포되어야 한다. 의사결정 사항과 논의 사항이 구분되어야 한다. 회의 중 결정된 내용이 기록되어야 한다. 실행 담당자와 기한이 지정되어야 한다. 회의록이 참석자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후속 조치의 진행 상황이 확인되어야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회의의 성공 여부를 참석자 수나 회의 시간으로 판단하지 않게 된다.

회의의 완료 기준은 회의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결정된 내용이 실제 업무로 연결되는 데 있다.


6. 사례 3) 교육과정 운영 업무의 DoD


교육 담당자는 교육이 끝나면 업무가 완료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교육 참가자 입장에서는 강의가 끝난 뒤에도 자료를 받아야 하고, 실습 결과를 확인해야 하며, 교육 내용이 업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안내받아야 한다.


교육과정 운영의 DoD는 교육 일정과 장소가 확정되어야 한다. 대상자에게 안내가 완료되어야 한다. 교육자료와 실습자료가 준비되어야 한다. 출결이 관리되어야 한다. 교육이 계획된 내용에 따라 운영되어야 한다. 참가자의 이해도나 만족도가 측정되어야 한다. 결과보고서가 작성되어야 한다. 교육 후 실행과제가 공유되어야 한다.


리더십 교육이라면 단순한 만족도 조사만으로 완료를 판단하기 어렵다. 교육 후 실제 행동 변화나 현업 적용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까지 포함할 수 있다.

교육의 완료 기준은 강사의 설명이 끝나는 시점이 아니라 학습자가 배운 내용을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상태이다.


7. 사례 4) 마케팅 캠페인의 DoD


마케팅 업무에서도 DoD가 없으면 “광고를 집행했다”는 사실만 남는다.

광고 이미지가 제작되고 게시되었다고 해서 캠페인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목표 고객에게 도달했는지, 문의가 발생했는지, 전환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마케팅 캠페인의 DoD는 목표 고객과 캠페인 목표가 정의되어야 한다. 콘텐츠와 광고물이 제작되어야 한다. 내부 검토와 법적 검토가 완료되어야 한다. 정해진 채널에 게시되어야 한다. 성과 측정 기준이 설정되어야 한다. 캠페인 종료 후 결과가 분석되어야 한다. 개선안이 다음 캠페인에 반영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병원 홍보 캠페인이라면 광고를 올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광고를 본 고객의 문의 수, 상담 전환율, 예약률, 실제 방문 여부까지 확인해야 한다.

활동을 완료하는 것과 성과를 확인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DoD는 이 둘을 연결해준다.


8. 사례 5) 채용 업무의 DoD


채용 업무는 최종 합격자를 정했다고 끝나지 않는다.

합격자가 입사하지 않거나, 입사 후 필요한 정보를 받지 못하거나, 배치 부서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채용 업무는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채용의 DoD는 채용 직무와 자격요건이 정의되어야 한다. 채용 공고가 게시되어야 한다. 지원자 서류와 면접 결과가 기록되어야 한다. 평가 기준에 따라 최종 후보자가 선정되어야 한다. 합격자에게 처우와 입사 일정이 안내되어야 한다. 입사에 필요한 서류가 준비되어야 한다. 소속 부서와 업무 담당자가 온보딩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채용은 사람을 뽑는 업무가 아니라 새로운 구성원이 조직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업무이다.


따라서 채용의 완료 기준에는 입사 이후의 초기 적응 과정도 포함될 수 있다.


9. 사례 6) IT 시스템 개발의 DoD


IT 개발에서 DoD는 특히 중요하다.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서비스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없다. 기능이 요구사항에 맞게 작동해야 하고, 오류가 없어야 하며,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 개발의 DoD는 요구사항이 명확히 정의되어야 한다. 기능 개발이 완료되어야 한다. 코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단위 테스트와 통합 테스트가 통과되어야 한다. 주요 오류가 수정되어야 한다. 보안 취약점이 점검되어야 한다. 사용자 매뉴얼이나 운영 문서가 작성되어야 한다. 최종 사용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운영 환경에 배포된 뒤 정상 작동 여부가 확인되어야 한다.


특히 시스템 업무는 개발팀의 완료와 사용자의 완료가 다를 수 있다.

개발팀은 배포가 완료되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용자는 자신의 업무를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어야 끝났다고 느낀다.

DoD는 이 간극을 줄여주는 장치이다.


10. 좋은 DoD는 어떻게 만드는가


좋은 DoD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다”, “문제없이 진행한다”, “완벽하게 마무리한다”와 같은 문장은 기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대신 확인 가능한 상태로 표현해야 한다.

“보고서를 완성한다”보다 “핵심 결론과 실행과제가 포함된 최종본을 검토자에게 공유한다”가 명확하다.

“회의를 잘 진행한다”보다 “결정사항, 담당자, 기한이 기록된 회의록을 24시간 이내 공유한다”가 구체적이다.

“교육을 준비한다”보다 “교육자료, 참석자 명단, 실습자료, 설문지가 교육 전날까지 준비된다”가 확인 가능하다.


DoD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만들 수 있다.

첫째, 이 업무의 최종 고객은 누구인가.

둘째, 고객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어떤 상태가 되어야 하는가.

셋째, 완료 여부를 누가 판단하는가.

넷째, 완료되었다고 말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다섯째, 다음 단계의 담당자가 업무를 넘겨받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면 업무의 종료 조건이 선명해진다.


11. DoD는 통제 도구가 아니라 협업 도구이다


일부 조직에서는 완료 기준을 관리자의 통제 수단으로 받아들인다.

“이것까지 해야 끝이라고요?”

“왜 이렇게 확인할 게 많습니까?”


그러나 DoD의 목적은 일을 어렵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불필요한 재작업을 줄이고, 업무 인수인계를 쉽게 하며, 서로 다른 기대를 조정하는 데 있다.

완료 기준이 없으면 업무가 끝난 뒤에도 추가 요청이 반복된다.


“이 내용도 넣어주세요.”

“이 자료의 출처가 필요합니다.”

“고객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다시 정리해주세요.”


이런 요청이 계속되면 담당자는 일이 끝나지 않는다고 느끼고, 관리자는 담당자가 일을 대충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DoD는 업무 시작 전에 서로의 기대를 확인하게 한다. 그래서 업무가 끝난 뒤의 갈등보다 업무 시작 전의 합의를 선택하게 한다.


12. 결국 완료란 무엇인가


업무의 완료는 담당자가 손을 놓는 순간이 아니다.

업무의 완료는 결과물이 정해진 품질 기준을 충족하고, 다음 사람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으며, 고객이나 의사결정자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상태이다.


DoD는 이 상태를 구체적인 문장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보고서는 읽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회의는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은 배우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마케팅은 고객의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채용은 새로운 구성원이 조직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은 사용자가 문제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업무가 자꾸 되돌아오고, 재작업이 반복되고, “이제 끝난 줄 알았는데”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면 개인의 성실성보다 먼저 완료 기준을 살펴봐야 한다.


결국 업무의 품질은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가 아니라, 어디까지 해야 완료인지 서로 알고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DoD는 일을 끝내는 기준이 아니라, 일이 끝났다고 서로 동의하기 위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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