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 콜롬비아 주 조프리 호수
캐나다 동부 벤쿠버를 여행하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먹거나 어디서 자거나 어떤 일정을 소화하는 것에 무관심이다. 함께 여행 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줄 알면서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결정하는대로 가자는대로 따라간다.
그런데 한국도 아니고 비행기 타고 넘어온 벤쿠버의 어떤 호수를 가는데 예약을? 해야 한다고 사이트 오픈 시간에 맞춰 멤버 3명이 달라 붙었다.
영상(https://www.instagram.com/reel/DaH41aOqnf0/?igsh=cTYzdGFpeDVpOW1i)
한 명이 정보를 입력하는데 간발의 차이로 예약이 끝나 마감이 됐다. 몇 사람이 못가나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취소분이 생겨 성공했다.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 그정도인가? 남일처럼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내가 묶고 있는 숙소는 서울의 신도시처럼 벤쿠버 다운타운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써리(Surrey)였다. 이곳에서 3시간 넘게 300km를 가야 했다
호수 하나 보겠다고 난리를 친 멤버들 수고를 거저 먹으며 1박2일 캠핑 준비를 길을 떠났다.
이날의 목적지는 휘슬러라 호수에 관심이 없었다. 토론토와 벤쿠버가 서울하고 일산처럼 같이 붙어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지한데 휘슬러만큼은 귀 동냥으로 잣나무 숲을 헤치며 타는 스키의 성지라고 해서 그곳 생각뿐이었다.
덤으로 씨 투 더 스카이 하이웨이(Sea to Sky Highway)를 통해 가는데 영화 탑건에서 톰 크루즈가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산디에고처럼 바닷가를 끼고 가는 고속도로가 절경이어서 어쩔줄 몰랐다.
창밖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위에 떠 있는 상선들과 페리를 보면서 전날 아크테릭스 매장에서 만난 캐나다 남자가 떠올랐다.
나는 매장 한쪽 벽면을 채운 벤쿠버 지도를 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그에게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냐고 묻자 손가락으로 지도의 다운타운을 가르켰다.
그가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하길래 다운타운 동쪽 써리(Surrey)라고 했더니 그는 에~~ 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곳은 ‘별로‘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스쿼미시(Squamish)‘에서 왔는데 지도에서 해안가를 끼고 내려오는 방향을 손으로 그리며 다운타운으로 오는 길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했다.
설마 내가 그곳을 갈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다음날 캠핑카를 타고 스쿼미시로 가고 있었다! 짙푸른 바닷가를 끼고 첩첩 산중을 내달리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아도 될까 싶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절로 인사가 나왔다.
(한가지 캐나다를 한 달간 여행하며 느낀건데 12시간을 달려도 “통행료”를 내는 곳이 없었다. 왜 우리나라는 가는 곳마다 통행료를 내는 걸까? )
아름다운 산세를 바탕화면처럼 깔고 있는 스쿼미시 맥도날드는 개방감이 있었다. 잠시 일행들과 커피 한잔을 마시며 쉬었다. 여기도 영화배우, 저기도 영화배우 조연, 주연, 액션 멜로 스릴러 물에 나올법한 문신을 새겼거나 산만한 덩어리로 햄버거를 먹는 외국인들이 신기했다.
한국이라면 이쯤에 휴게소가 있었을텐데 그 역할을 맥도날드가 하고 있었다.
조프리 레이크는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의 주립공원에 있다. 산 아래에 첫 번째 호수가 있고 산 중턱에 두번째 호수가 있다. 마지막 세번째 호수는 빙하를 볼 수 있는 산꼭대기에 있었다.
첫번째 초록빛 바닷물처럼 펼쳐진 호수에서 탄성을 지르도 두번째로 향하는데 오가는 관광객들 사이로 자꾸 한국어가 들렸다. 젊은 청년들, 부모님 모시고 온 사람들, 둘, 셋 혹은 연인끼리 온 사람들 등 다양했다
1일 입장객이 500명 제한인데 대략 숫자를 세어보니 100명정도가 한국인이었다. 더군다나 6월말은 폐쇄를 1주일간 하는데 우리는 다행히 그전에 들어갔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한국인들 사이에 벤쿠버에 가면 조프리 레이크 빙하호수를 가야한다는 입소문이 나 있다고 교민분께 들었다.
헉헉대며 두번째 호수에 도착했을때 어떤 외국인 남자가 수영을 하려고 입수했다가 몸을 떨며 바로 나왔다. 빙하가 흘러내린 물이라 추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칠성 사이다 같은 초록빛 호수를 보기만 하는게 아까웠다. 황홀했고 평화와 자비를 갈구할 필요가 없었다.
아 나도 들어가고 싶다. 우리 팀을 이끄는 분께 사인을
보냈더니 고개를 저으며 ‘저체온증‘에 걸린다고 했다. 일단 마지막 호수를 향해 산 정상으로 15분 정도 더 올라갔다.
언 땅바닥이 녹아 질퍽거리는 길을 갈지자로 올라가니 호수 앞에 10여명 정도 바위에 앉아 빙벽 산을 바라보며 초록치마처럼 둘러싼 호수를 감상했다. 빗방울이 약하게 떨어졌고 날씨는 초겨울 밤공기처럼 쌀쌀했다.
지금쯤 한국은 습하고 무더울텐데 벤쿠버는 건조하고 따듯하면서도 쌀쌀한게 하루에 다 들어있다. 무엇보다 ‘건조함‘이 마음을 가볍게 했다. 짜증, 불쾌감, 무거운 마음이 사라졌다. 날씨가 인간의 감정을 가정 많이 흔드는 것 같다.
우리 동요중에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며~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며~~‘ 라는 노래가 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왔다. 왜 파란바다라고 하지 않고 초록빛 바닷물이라고 했을까? 왜 초록빛 여울물이라고 했는지 궁금했다.
3천미터 높이의 휘슬러 산맥을 낀 호수는 대부분 초록빛이었다. 빙하가 녹아 내리면서 산의 토사물을 쓸고 내려와 물속에서 녹색만 햇빛이 반사를 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춥기도 하고 배도 고파 다음 일정을 위해 일행들이 내려갔다. 나는 조금 뒤늦게 내려가 두번째 호수에서 옷을 벗고 뛰어 들었다. 아무도 없었고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아 옷을 입고 들어가면 날씨가 쌀쌀해 저체온증뿐 아니라 여행내내 고생할 것 같아 속옷만 입고 입수 했다.
초록빛 물을 헤쳐 나가는데 황송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 세상의 긍정적인 표현을 다 가져다 풀어 헤쳐도 설명할 수 없는 평온이 몸을 감쌌다
캐나다 동부쪽을 여행하는 내내 천지에 널린게 초록빛 호수였다. 어딜가나 녹색, 에메랄드빛, 연두빛, 짙은
초록, 옅은색 등 환호성을 지르며 그것을 배경으로 핸드폰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나는 기회가 되면 옷을 입고라도 들어가 수영을 하거나 발이라도 적셨다.
막 물에서 나와 옷을 입는데 대여섯명의 청년들이 올라왔다. 급하게 옷을 입으며 나만큼 흥분한 기분으로 신이난 그들은 물이 춥냐 따듯하냐하며 연신 말을 시켰다. 그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왔다고 했다. 사면이 바다라서 수영을 즐기는데 선뜻 호수에 뛰어들지 못했다.
이곳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초록빛과 압도적인 크기와 빙하라는 비현실적인 물체, 입장료를 받거나 규제가 드문 관리에 자유함과 평온을 느껴서일까, 동요에 나오는 ‘초록빛 여울물‘ 을 실제로 만나서일까.
두 해전 무슨 이유에서인지 벤쿠버쪽 지도를 펼쳐놓고 프레이저 강이며, 빅토리아 아일랜드, 휘슬러 지명을 수도 없이 봤다.
작년에 올해 나의 운세를 보면서 필히 외국을 많이 다닐 것 같았는데 그게 이곳일줄 몰랐고 지도에서 본 지명일줄 몰랐다. 어디든 누구에게든 무엇이든 감사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았다. 산을 향해 인사까지 했다.
초록빛 여울물에 두손, 두발, 마음까지 온 몸으로 살랑이는 물결따라 싱그럽게 하나되는 제프리 호수에 그 노래를 만든 음악가가 찾아왔던게 아닐까 싶다.
그 노래를 부르고 듣고 읊조렸던 한국인들이 뭔가에 홀려 찾아오는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