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서지우
다음 날 아침.
지우는 김이 올라오는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뒤에야
조금이나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식당 구석 자리에 앉았다.
기지는 아직 조용했다.
대부분의 탐사대원들은 잠에서 깨지 않았고, AI 자동시스템만 소리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상념에 빠진 사이 커피는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고대 유적의 문양과 반복되는 숫자, 그리고 그 숫자 아래로 곧게 이어지던 선이 떠올랐다.
그 끝에는 지하로 이어지는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푸른 행성의 영상과 보존실에서 발견한 괴생명체.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생명체가 그 행성에 살고 있었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서로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 것들이 오버랩됐다.
“우와, 미치겠네.”
그녀는 결국 커피를 탁자에 탁 하고 내려놓고는 결심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 복잡할수록 기본이 중요해. 초심으로 돌아가자.”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자신이 살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기도 했다.
인류는 반세기 동안 비약적인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
현대 문명은 이제 우주를 향하고 있다. 대부분 AI의 발전 덕분이었다.
모두가 AI의 판단과 분석을 신뢰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AI가 수천만 개의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해도.
결국 과학자 본인이 스스로 기본을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지우는 모니터 앞에 앉아 AI의 결론을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AI가 폭풍이 온다고 분석해도 그녀는 직접 끝까지 바람의 방향을 확인했다.
AI가 토양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해도 최종적으로 본인이 직접 흙의 상태를 확인했다.
대부분은 AI의 결론이 맞았다.
그러니 AI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항상 현장을 직접 확인한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기계가 계산한 결과와 현장이 보여주는 결과가 항상 같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죽음을 목전에 두고 뼈저리게 깨달았다.
지우는 데이터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블랙 아카이브로 향했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봐야 돼.”
문이 열리자 내부를 정화시키는 쾌적한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아카이브 안은 어젯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십 개의 화면이 낮은 밝기로 켜져 있었다.
지우는 모니터에 자신의 단말을 연결했다.
화성 지표 온도를 살폈다. 지하 열원은 정상 오차 범위 내에 있었다.
지우는 시추할 때 지하의 온도가 낮았던 것을 기억했다.
‘왜 지하 내부의 온도가 일정하게 낮은 온도로 유지되고 있었을까?’
‘생명체를 보존하기 위한 전력은 어디에서 온 걸까.’
그녀는 지하 내부의 산소 농도와 수분 순환 여부 등을 하나씩 다시 점검했다.
지난 탐사지역의 지형 데이터도 확인했다.
자료를 처음부터 재점검하기 시작했다.
“어, 이건..?”
탄식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고대 벽면에 새겨져 있던 숫자와 탐사 당시 기록된 지하 온도 변화는
초기 값을 설정했을 때에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단위를 바꾸자 미묘한 차이가 나타났다.
숫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숫자의 비밀은 날짜도, 인구도, 문명의 연도도 아니었다.
“환경 수치일 지도 몰라.”
팔 위로 작은 돌기가 오돌도톨 솟아 올랐다.
순간, 가장 쾌적하다고 생각되는 온도였지만 소름이 끼치는 냉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앞으로 숙였다.
“지하도시.”
여러 곳에서 동일하게 보여지는 숫자, 곧게 뻗다가 꺾여지는 선, 거대한 지하 도시.
그것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시스템이라면 그곳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었다.
무언가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화면 한쪽에서 작은 창 하나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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