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마을을 꿈꾸다

2화 외갓집이 좋아요!

by비단

나는 외갓집에 가는 것을 참 좋아했다.

외갓집의 첫 번째 손주였던 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외삼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외갓집은 자연에서 누리는 즐거움에 사랑하는 가족들의 반김이 더해진 행복한 놀이터였다.

엄마 아빠와 외갓집 가는 날은 늘 제일 좋은 날이었다.


동네 입구 이장 아저씨네 가게에는 사랑방이 있었다. 밤이면 어른들은 함께 모여 새끼를 꼬고 텔레비전을 보기도 했다. 나는 그 방에서 밤마실 나온 친구들과 공기놀이도 하고 큰 소리로 노래도 불렀다. 어느 날엔 장기자랑이라도 하듯 혼자 노래를 부르면 어른들은 “잘한다, 잘한다” 하시며 간식도 주고 동전을 꺼내 주셨다.

원두막에도 가고 포도밭도 뛰어다녔다. 친구들은 도시에서 온 내게 늘 친절했다. 원피스를 입고도 나는 참 잘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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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외갓집이 너무 좋아서였을까? 외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다가 돌아가시던 날이면, 나는 여동생과 함께 좋아하는 바카라과 갈아입을 옷을 챙겨 외할머니를 따라나서곤 했다.

한 시간 남짓 멀미에 시달리며 버스를 내렸다 타기를 반복하고, 잠자리에 들 때면 엄마가 보고 싶어 한바탕 울곤 하면서도 외할머니가 오시면 또 따라나섰다.

외갓집은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곳이었다.


외갓집 골목골목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외할머니 곁으로 돌아오면 나는 집에서 가지고 온 바카라을 펼쳤다.

외할머니 냄새를 맡으며 『빨강머리 앤』을 읽었다. 앤과 다이애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깔깔깔, 호호호. 나도 그 안에 들어간 듯 신이 났다.

앤이 사는 그곳. 나무와 길이 있고, 친구가 있고, 가는 곳마다 이야기가 생기는 마을. 평범한 길과 나무에도 이름을 붙이고 특별한 곳으로 만들었던 앤. 친구들과 뛰어놀고, 웃고 울고, 실수하고 배우며 조금씩 자라나는 앤도 좋았지만 나는 앤이 사는 그곳이 참 좋았다. 얼마나 가보고 싶었던지 내 일기장에는 『빨강머리 앤』과 그곳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 그 안에서 나만의 상상의 마을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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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는 왜 외갓집도, 에이번리도 그렇게 좋았을까?

나무와 꽃 때문이었을까.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어디를 가도 이야기가 생기는 것이 좋았던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이 함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이 있고 자연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곳.
친구들과 마음껏 놀고 배우며 자랄 수 있는 곳.

어쩌면 내가 좋아했던 외갓집과 내가 가고 싶었던 에이번리에는 닮은 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빨강머리 앤』 속 에이번리에서 앤이 자연 속을 뛰어다니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곳을 자신의 고향으로 만들어 갔듯, 나에게도 외갓집은 어느새 마음속 고향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엄마가 된 나는 다시 그런 마을을 꿈꾸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 가까이에서 자랐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고, 이웃들과 인사하며 따뜻한 정을 나누며 자랐으면 좋겠다.

아파트가 많은 도시에서도 그런 마을을 만날 수 있을까?


? 질문 하나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볼 때, 지금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과 장소는 어디인가요?

& 가치 하나 | 소속감

나를 반겨주는 사람과 언제든 돌아가고 싶은 장소가 있다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사랑받고 환영받았던 기억은 ‘나는 이곳에 속해 있다’는 든든한 마음을 만들어주고, 세상과 따뜻한 관계를 맺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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