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손오공·흥인지문 68개
안녕하세요~ 디노입니다.

20년 넘게 주식투자를 하다 보니 한 가지를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식 투자는 단순히 재무제표를 보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읽는 일이다.
- 정바카라 테마주를 이해하려면 정치와 법률을,
- 반도체·바이오 같은 성장 산업에 투자하려면 과학과 기술을,
- 그리고 모든 흐름을 해석하려면 넓은 상식과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2025년 6월부터 ‘디노의 시사노트’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뉴스 해설이 아닙니다.
투자를 위한 시사, 돈이 되는 배경지식을 쌓기 위한 노트입니다.
며칠 전 가족과 함께 서울 동대문, 정확히는 흥인지문(興仁之門)을 둘러보았습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성문을 바라보다 문득 지붕 끝에 줄지어 앉아 있는 작은 동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전통 건축물의 멋을 더하는 장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생김새도 조금씩 다르고, 일정한 순서로 나란히 앉아 있더군요.
그러다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왜 어떤 건물에는 이런 동물들이 있고, 어떤 건물에는 없는 걸까요?"
궁금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장식들 안에 조선시대의 건축 문화와 신앙, 심지어 손오공이 등장하는 『서유기』까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지붕 위 작은 수호신들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궁궐이나 성문의 지붕 끝을 유심히 살펴보면 작은 동물 모양 조각들이 한 줄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장식들을 잡상(雜像)이라고 부릅니다.
잡상은 흙으로 빚어 구운 작은 조각상으로, 주로 전통 건축물의 추녀마루에 올려놓았습니다.
여기서 추녀마루란 지붕의 네 귀퉁이에서 대각선으로 뻗어 올라가는 지붕마루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장식을 올려놓았을까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건물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옛사람들은 잡상이 나쁜 기운과 재앙을 물리치고 건물을 보호한다고 믿었습니다.
특히 목조건축물은 화재에 취약했기 때문에 불과 같은 재앙으로부터 건물을 지키려는 염원이 컸을 것입니다.
물론 잡상이 실제로 화재를 막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재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둘째, 건물의 권위와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서입니다.
조선시대의 건축물은 모두 같은 격식을 갖춘 것이 아니었습니다.
왕이 중요한 의식을 거행하는 궁궐과 일반 백성이 거주하는 집은 건축 양식과 장식에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잡상 역시 이러한 차이를 보여주는 요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러니 잡상은 단순히 귀여운 지붕 장식이 아니라, 건물을 보호하려는 마음과 그 건물의 중요성을 함께 담은 상징물이라고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잡상을 조사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의 등장인물들이 잡상의 이름에 등장합니다.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조선시대 문헌인 『어우야담』에는 지붕 위 신상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름을 살펴볼까요?
① 대당사부(大唐師傅)
당나라의 삼장법사를 가리킵니다. 손오공과 제자들을 이끌고 불경을 구하러 여행하는 인물입니다.
② 손행자(孫行者)
우리에게 익숙한 손오공입니다. 뛰어난 능력으로 요괴를 물리치며 삼장법사를 보호하는 존재이지요.
③ 저팔계(猪八戒)
돼지의 모습을 한 삼장법사의 제자입니다.
④ 사화상(沙和尙)
우리가 사오정이라고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 밖에도 이귀박, 이구룡, 마화상, 삼살보살, 천산갑, 나토두 등 독특한 이름들이 전해집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둘 점이 있습니다.
옛 문헌에 전해지는 이름과 실제 지붕에 남아 있는 조각의 생김새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헌에서는 대당사부가 맨 앞에 등장하지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남아 있는 조선 후기 잡상 가운데 손오공으로 해석되는 조각이 맨 앞에 놓인 사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 잡상의 모습에는 사자, 용, 해치 등 상상의 동물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지붕 위의 모든 잡상을 『서유기』 등장인물과 정확하게 일대일로 연결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왜 하필 『서유기』였을까요?
『서유기』는 삼장법사 일행이 온갖 요괴와 위험을 물리치며 목적지로 향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인물들이 건물을 지키는 수호신의 이미지와 연결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지붕 위의 잡상들은 수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는 작은 수호대인 셈입니다.
처음 제가 가장 궁금했던 질문입니다.
경복궁이나 동대문에는 잡상이 있는데, 일반적인 한옥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잡상은 모든 기와지붕에 올리는 필수 장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에는 궁궐과 관청의 규모가 큰 건물, 주요 성문 등에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반면 일반 민가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표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모든 궁궐 건물에 반드시 잡상이 있고, 사찰에는 절대로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대와 건물의 성격, 개별 건축물의 역사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건물에 잡상이 있는지 없는지는 그 건물이 어떤 목적으로 지어졌는지,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추었는지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가 됩니다.
다만 잡상이 없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건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건축물마다 전통과 장식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잡상은 보통 3개, 5개, 7개, 9개, 11개처럼 홀수로 배치하는 전통이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건물의 규모와 격식에 따라 숫자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건물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특히 경복궁 경회루에는 11개의 잡상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경회루는 왕이 연회를 열거나 외국 사신을 접대하던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만큼 건축물의 격식과 장식에도 많은 공을 들인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왕이 국가의 중요한 의식을 거행했던 근정전에는 7개, 연회 공간인 경회루에는 11개가 있습니다.
만약 잡상의 수가 오직 건물의 서열만으로 결정되었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지요.
따라서 잡상의 수에는 건물의 격식뿐 아니라 규모, 지붕 구조, 건축과 보수의 역사 등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잡상이 많다고 무조건 더 높은 건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직접 다녀온 흥인지문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흥인지문은 흔히 동대문이라고 부르는 한양도성의 동쪽 성문입니다.
과거에는 '보물 제1호'로 불렸지만 2021년 문화유산 지정번호를 공식 표기에서 제외하면서 지금은 '보물 서울 흥인지문'이라고 부릅니다.
흥인지문은 다른 성문과 달리 2층 문루를 갖춘 웅장한 건축물입니다.
그런데 잡상의 숫자를 찾아보니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 공개된 2011~2012년 흥인지문 보수 기록에는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 위층 지붕 : 각 추녀마루 9개
- 아래층 지붕 : 각 추녀마루 8개
위층과 아래층에는 각각 네 곳의 추녀마루가 있으므로,
위층 9개 × 4곳 = 36개
아래층 8개 × 4곳 = 32개
전체 합계는 무려 68개입니다.
물론 이는 해당 보수공사 자료에 기록된 수량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앞서 잡상은 일반적으로 홀수로 배치한다고 말씀드렸는데, 흥인지문 아래층에는 8개씩 놓여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홀수 배치가 대표적인 전통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문화유산에 예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역사는 원칙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남아 있는 유물을 살펴보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언제나 모든 사례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겠습니다.
우리는 황당한 일을 겪으면 흔히 '어처구니없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말이 잡상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건물을 완성한 뒤 지붕에 올려야 할 잡상을 빠뜨렸을 때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는 설명이지요.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이를 확정된 어원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어처구니'의 어원에는 잡상과 관련된 설 외에도 맷돌 손잡이와 관련된 설 등이 전해지지만, 어느 하나로 명확하게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자주 듣는 역사 이야기도 이렇게 사실과 전승을 구분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 동대문을 둘러보면서 새삼 느낀 것이 있습니다.
같은 건물을 보더라도 무엇을 알고 있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이전까지 제게 동대문은 서울에 남아 있는 오래된 성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잡상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조각 하나에도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했고, 무엇을 소중하게 여겼으며, 어떤 세상을 믿고 살았는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하게 됩니다.
투자 역시 숫자만 바라보는 것과 숫자 뒤에 숨어 있는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물론 오늘 이야기가 어떤 종목의 주가를 움직이는 투자 정보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작은 호기심들이 쌓여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나치는 풍경 속에도 조용히 남아 있습니다.
다음에 경복궁이나 동대문을 방문하신다면 잠깐 고개를 들어 지붕 끝을 바라보시면 어떨까요?
그곳에는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작은 수호신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세상을 읽는 눈을 조금 더 넓혀보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디노였습니다.
다음에도 재미있는 컨텐츠로 돌아오겠습니다.
모든 분이 진심으로 수익 나길 바라는 디노의 맘이 오늘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시장을 이기는 투자...
우리 모두 부자 되는 투자...
디노가 응원하겠습니다.
행복한 투자되세요~ ^^

주식을 하려면, 세상 만사를 다 알아야 한다.
결국 투자란, 세상을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공부입니다.
by 디노
모든 분이 진심으로 수익 나길 바라는 디노의 맘이 오늘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시장을 이기는 투자...
우리 모두 부자 되는 투자...
디노가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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