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 규제와 SNS 알고리즘이 만난 병원 마케팅
인스타그램을 넘기다 보면 하얀 가운을 입고 춤을 추는 의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 의사가 진료를 더 잘하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누가 더 많은 조회수를 얻었는지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의사의 실력이 중요한 시장에서 왜 춤추는 능력이 경쟁력이 되었을까?
의사들의 춤을 이해하려면 화면 속 동작보다 그 영상이 주목받는 시장의 조건을 살펴봐야 한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는 연비와 성능을 비교한다. 가전제품이라면 소비전력과 기능을 살펴본다. 객관적인 지표가 있고, 사용 후에는 품질을 직접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의료서비스는 다르다.
환자는 의사의 진단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기 어렵다. 불필요한 시술을 피하는지, 합병증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사전에 확인하기 힘들다.
치료를 받은 뒤에도 실력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반드시 좋은 진료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결과가 나빴다고 의사의 실력이 부족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환자의 상태와 질병의 특성, 치료 시점 등 여러 조건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거래 당사자들이 가진 정보의 차이를 '정보 비대칭'이라고 부른다.
의료시장은 이 문제가 특히 두드러지는 영역이다. 의사는 자신의 전문성과 진료 과정을 상대적으로 잘 알지만, 환자는 그 품질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
실력이 뛰어난 것과 실력이 뛰어나 보이는 것이 서로 다른 경쟁력이 된다.
좋은 의사라도 환자가 그 차이를 알아볼 수 없다면 실력만으로 선택받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환자는 무엇을 보고 의사를 선택하게 될까?
한국에서 의료광고는 일반적인 상품 광고보다 엄격하게 규제된다.
의료법 제56조는 거짓되거나 과장된 광고를 금지한다.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환자 경험담 광고나 다른 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과 비교하는 광고도 제한한다. 인스타그램처럼 이용자가 많은 SNS에 의료광고를 게시할 때도 사전심의가 요구될 수 있다. 다만 게시물의 내용과 목적에 따라 의료광고 해당 여부는 달라진다.
환자는 충분한 의료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건강을 맡긴다. 과장된 치료 효과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현혹된다면 피해는 단순한 금전적 손실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광고에는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
나쁜 의료서비스가 과장된 광고로 선택받는 것을 막는 일과, 좋은 의료서비스를 구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같은 문제일까?
현행 의료법이 의사의 전문의 자격이나 객관적인 진료 정보까지 모두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관은 허용된 범위 안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알릴 수 있다.
그런데 전문의 자격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의사의 실제 진료 역량을 비교할 수는 없다. 수술 경험이 많다는 사실도 모든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환자가 정말 알고 싶은 것은 자신에게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할 의사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의료광고 규제는 부적절한 홍보를 제한하는 장치다. 환자가 의사의 진료 역량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 체계는 따로 필요하다.
정보가 부족할 때는 지인의 추천이나 온라인 후기, 병원의 규모와 시설 등이 판단의 단서가 된다.
SNS에서는 인지도도 중요한 신호로 작동한다.
인스타그램은 의사의 진료 실력을 평가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이용자의 시청과 좋아요, 공유 등 다양한 반응을 바탕으로 관심을 끌 만한 콘텐츠를 추천한다.
플랫폼의 목적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구조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가 더 많은 이용자에게 발견될 기회를 얻는다.
조회수를 높이는 능력과 환자를 치료하는 능력은 다르지만, 의료기관은 두 영역에서 동시에 경쟁하게 된다.
의사의 전문성을 보여주려면 설명과 검증이 필요하다. 어려운 의학 지식을 전달하려면 시청자의 집중력도 요구된다.
반면 유행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는 데에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짧은 시간에 관심을 끌 수 있고, 의사라는 직업과 예상 밖의 행동이 결합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도 남기 쉽다.
물론 의학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 역시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의료인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익한 영상을 제작한다.
짧은 영상 하나가 병원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다. 조회수가 실제 예약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병원이 선택 후보에 오를 기회는 생긴다.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의료기관이 콘텐츠 제작에도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다.
숏폼의 대중화와 의료기관 간 경쟁 심화도 SNS 마케팅이 확산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영상 속 친근함에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환자가 의료진에게 편하게 질문하고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도록 돕는 태도는 의료서비스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근한 이미지가 정확한 진단이나 적절한 치료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개별 의사에게 합리적인 홍보 전략이 환자에게도 좋은 선택 기준이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은 실질 가치가 다른 화폐가 같은 액면가로 통용될 때, 사람들이 가치가 높은 화폐를 보관하고 낮은 화폐부터 사용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화폐의 우열보다 제도적 조건이 사람들의 선택을 바꾼다는 점이다.
의료시장의 품질 문제를 더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은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가 제시한 '레몬 시장'이다.
애컬로프는 1970년 논문에서 구매자가 상품의 품질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면 좋은 상품도 그 가치에 걸맞은 가격을 받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품질을 높이는 데 비용을 들여도 구매자가 차이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공급자가 품질에 투자할 유인은 약해질 수 있다.
의료기관은 진료 역량을 높이는 일과 병원을 알리는 일에 모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두 활동의 성과를 확인하는 데에는 차이가 있다. 진료 역량에 대한 평가는 오랜 시간과 검증이 필요하지만, SNS에 올린 영상의 반응은 숫자로 곧바로 확인된다.
성과를 측정하기 쉬운 활동이 반드시 더 가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 판단에서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쉽다.
의료광고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환자가 진료의 질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남는다. 광고의 제한이 줄어들면 의료기관의 홍보 선택지는 넓어지겠지만, 과장된 주장에 노출될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논의의 초점은 광고를 얼마나 허용할지보다, 환자가 신뢰할 만한 진료 정보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에 있어야 한다.
한국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병원평가정보처럼 의료기관의 진료 적정성과 질을 살펴볼 수 있는 공적 정보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모든 진료 분야를 포괄하거나 개별 의사의 역량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치료 성과 역시 단순한 숫자로 비교하기 어렵다. 중증 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의사는 그렇지 않은 의사보다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환자의 상태와 위험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 지표는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위험이 있다.
환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라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의료기관이 임의로 부풀리기 어려워야 하고, 치료 성과를 제시할 때는 환자의 중증도와 위험 요인이 반영되어야 한다. 지표가 어떤 방식으로 산출됐는지도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막기 위한 규칙을 만든다. 그러나 그 규칙이 무엇을 막는지만큼이나, 어떤 행동을 유리하게 만드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그들이 무엇을 보상받고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
처음에는 의사들이 왜 춤을 추는지 궁금했다. 지금은 그 행동에 보상이 돌아가는 시장의 조건이 더 궁금하다.
우리는 좋은 의사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눈에 잘 띄는 의사를 더 쉽게 찾는 시장을 만들고 있는가?
세상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단순합니다.
저는 당신에게 정보가 아닌 '프레임'을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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