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Hail Mary by Andy Weir
***스포일러 주의***
태양이 점차 빛을 잃어갑니다.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외계 생명체, 아스트로파지 때문입니다.
이대로 놔두면 30년 안에 지구는 멸망하고 맙니다. 아니, 이미 그전에 추위와 기아로 또 전쟁으로 모두가 죽을 수 있습니다.
태양은 물론 주변 항성까지 모두 감염시켜 에너지를 잃게 만드는 아스트로파지가 유독 타우 세티에서만 영향을 끼치지 못하자, 다들 타우 세티 별에 주목합니다. 분명, 아스트로파지의 증식을 방해하는 존재가 있을 테니 전문가를 그곳으로 보내기로 합니다.
12광년이나 떨어진 별까지 이동하는 길고 지루한 시간을 버틸 수 있도록 인위적 혼수상태에 빠진 주인공이 의식을 차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자신이 어디에 왜 와 있는지도,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던 주인공이 점차 기억을 되찾으면서 맡은 임무를 하나씩 정리해 갑니다.
그러다 외계인을 만나는 숨 막히는 순간도 맞이합니다.
위 글은, 이야기 초반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면서 주변을 탐험하기 위해 침대에서 나오려는데 몸에 걸친 거라곤 아무것도 없기에, 누워있던 침대의 시트를 급한 대로 걷어내 몸에 걸칩니다. 로마 시대 사람들의 옷차림인 토가처럼 말입니다.
이름이 뭐냐고 묻는 컴퓨터 질문에, 주인공은 재치 있게 농담을 합니다. 황제에게 예를 표하라!
이 부분에서 저는 바카라이 상당히 유쾌하게 흘러가겠구나 확신했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낯선 환경에 혼자 남겨지고 자신의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는 막막한 두려움에서도 이토록 여유를 부리다니, 과연 지구를 구할 인물이구나 했지요.
바카라에서 발굴한 문장을 활용해 낭독과 필사를 하는 북클럽입니다.
사전에 공지한 바카라을 미리 읽어보세요. 영어로 완독 하는 일이 부담스럽다면, 한글 번역본을 읽거나 영화, 드라마로 감상해도 됩니다. 물론, 그냥 참여해도 됩니다.

주어진 문장을 따라 읽거나 종이에 적고 혹은 컴퓨터 화면에 옮기다 보면 문장 구조와 단어를 익힐 수 있습니다. 이곳에 제시된 문장이 아닌, 본인이 직접 찾아낸 감동적인 문장, 영화 대사, 한국어 번역문을 활용해도 됩니다. 이왕이면, 댓글로 남겨 다른 회원들과 공유해 보세요.
1.
주인공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고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해 가는 과정이, 영화와는 다르게, 제법 깁니다. 아무도 곁에 없는 데다, 중환자처럼 온몸에 각종 튜브를 꽂고 있고 괴상한 기계가 천장에서 내려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있으니까요.
오랜 세월 침대에서만 누워 지내느라 근육이 굳어 있으니 혼자 힘으로 서기도 힘들 텐데, 미로 같은 우주선 속 구조물을 지나쳐 수직 형태의 사다리를 올라타고 이동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사물을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낙하 속도가 심상치 않음을 발견합니다. 이건, 아마도, 저처럼 문과 출신은 금방 눈치채지 못하리라 봅니다. 문과 출신을 모두 저처럼 과학 무능인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겠지만요.
주인공은 중학교 과학 교사이자 학계에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하며 이름을 알린 사람입니다. 이 정도면 물체의 낙하 속도가 평상시와 다름을 눈치챌 수 있겠죠. 아마도?
호기심 많은 주인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계측 장비를 가져와 물체 낙하 속도를 정밀 계산한 후 지구 중력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속도임을 알아냅니다.
2.
지구 멸망을 막으려는 전지구적 차원의 프로젝트 이름을 헤일메리라 지은 이유는 바카라에 직접 나오지 않지만, 해당 문구로 그 의도를 추측해 볼 수는 있습니다.
Hail Mary
* 성모송, 아베 마리아
* 마지막 시도, 최후의 수단
종교적 의미만 있는 건 아닙니다. 미식축구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축구와 농구 등 각종 스포츠는 물론 패권 다툼을 벌이는 정계에서도 쓰는 용어입니다.
패색이 완연한 상황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 꺼져가는 팀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말이죠.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어 우주선을 짓고 세계 최고 전문가를 태워 12광년이나 떨어진 항성으로 보냅니다. 다시는 지구로 귀환할 수 없는 운명임을 자각시키고 말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멸망을 코앞에 둔 행성인이라면 해볼 수 있는 도박이죠.
3.
그레이스와 로키는 지구와 에리드, 두 행성의 거리만큼이나 너무나 다른 외모와 습성, 언어에도 불구하고 죽이 잘 맞는 파트너가 됩니다. 둘의 티격태격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니까요.
행성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한 과제를 떠맡은 바카라임자답게 해결바카라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시행착오 끝에 태양 에너지를 갉아먹는 아스트로파지의 천적 타우메바를 발견하고 이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제, 다시는 재회할 수 없는 운명임을 인정하고 둘은 각자의 행성으로 돌아가지요.
그런데, 금성과 에리드 두 행성의 환경에서 생존하도록 타우메바를 품종 개량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외부와 철저히 차단시켜야 할 제노나이트이건만, 타우메바가 이 물체를 통과하는 능력도 함께 진화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집니다.
타우메바의 먹이인 아스트로파지는 우주선의 연료로도 사용됩니다. 타우메바가 연료통까지 침입해 이를 먹어치우니 그레이스의 우주선이 멈추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다행히, 이를 제시간에 발견하고 타우메바를 다른 컨테이너로 옮긴 뒤 새롭게 배양하면서 문제를 극복합니다.
그럼, 우주선 전체가 제노나이트로 구성된 로키의 우주선은 어떻게 될까요?
그레이스에게는 지구로 가는데 필요한 식량만 남은 상태입니다. 이대로 우주선을 몰고 가면 지구를 구할 영웅으로 추대받고 예전처럼 환하게 비추는 태양 아래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자신을 사지로 몰아낸 스트라트와 담판도 벌일 수 있고요.
하지만, 타우메바가 연료를 다 먹어치운 로키의 우주선은 곧 엔진이 멈추고 우주 한가운데 고립되고 말겠죠. 로키 행성 사람도 모두 죽고 맙니다.
목숨을 걸고 그레이스를 사지에서 구해 준 친구입니다. 지구로 돌아갈 연료가 부족하여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그레이스를 위해 아스트로파지를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로키가 위험에 처해 있음에도 모른 척할 수 없지요.
결국, 그레이스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우주에 고립된 로키를 구해 줍니다. 물론, 자신이 배양한 타우메바가 담긴 컨테이너와 이 생명체를 이용해 태양 에너지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정보를 무인 우주선 비틀스에 실어 지구에 보낸 후 말입니다.
지구로 돌아갈 방법이 없기에 죽을 운명이지만, 자신의 희생으로 지구를 구하고 로키도 구하고 또 로키의 행성도 구한다는 희망은 남기 때문입니다.
앨리스 워커 <컬러 퍼플>
The Color Purple by Alice Walker
커버 이미지: penguin.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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