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
화장실 변기에 휴대폰이 빠지는 상상, 차려입은 옷에 김치국물이 튀는 상상, 머릿속에서 떨쳐버리려고 하지만 그런 상상들은 한번 자리 잡으면 계속 저를 괴롭힙니다.
먹구름이 찾아오더니 몇 방울 비를 떨어뜨렸습니다. 드로잉의 잉크가 빗방울에 좀 번졌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잉크는 수성이라 물에 약합니다. 종종 드로잉북이 물에 빠지는 상상을 합니다.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상상으로 기분이 찜찜할 때, 그 사건 이후 저의 반응도 상상해 봅니다. 드로잉북이 물에 빠졌을 때 덤덤하게 대처하는 쿨한 저 자신을요. "그림은 또 그리면 돼~"라고 말하는 멋진 나를 상상하며 찜찜한 기분을 풉니다. 물론 진짜 그 상황이 발생하면 울고 불고 난리가 날 수도 있지만요.
최악의 상상은 또 다른 최선의 상상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최악의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기는 하죠.
다른 날, 다른 곳에서의 모습입니다. 이곳 다리를 지날 때마다 이렇게 풍경을 감상합니다. 언제나 감탄하는 모습입니다.
하천변은 다리가 많습니다. 또 다른 다리를 바라보며 드로잉 한 장을 남깁니다.
아직 초록빛이 많이 남아있지만 가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곧 가을의 색으로 옷을 입겠지요. 걷기 좋은 가을을 좀 더 붙잡고 싶습니다.
그림으로 일상을 여행하는 여행자가 되어 기쁩니다. 일상이 주어지는 동안 그 기쁨은 계속될 것입니다. 모두가 일상을 여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의 일상이 기쁨으로 넘쳐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