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와 펜 드로잉
아마도 그때... 공황장애였던 것 같습니다. 숨이 잘 안 쉬어졌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그래요. 실제 숨 쉬는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 있지만, 그림을 그리는 잠시동안은 내 심호흡에 신경을 안 쓸 정도로 편안해졌습니다.
2026년은 저에게 참 힘든 시간입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자고 다짐하지만 마음을 가다듬는 것만으로는 이 잔인한 삶의 고통에 대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처받은 마음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조차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습니다. 힘없이 누워서 불편한 숨을 힘들게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스케치복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다 마치고 나서 알게 되었죠. 그림을 그리는 동안 숨 쉬는 것에 불편함을 못 느꼈다는 사실을요.
지금 저는 또 한 번 가족의 죽음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강제로 몰입할 수 있는 그림이 없었다면 숨은 더 차올라 저를 삼켰을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할 힘이 없는데 손가락은 움직여지더군요. 살기 위해 숟가락을 쥐던 손에 펜을 주었습니다. 천천히 저절로 손이 움직입니다. 손이 움직이는 동안 잠시 편하게 숨을 쉬게 됩니다.
죽음은 갑작스럽게 찾아옵니다. 무방비 상태이기에 더 큰 충격입니다. 어쩔 수 없이 고통의 쓰나미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합니다. 상처가 나고 아픕니다.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피난처로 몸을 숨기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림이라는 피난처가 있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