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야 나를 배워가는 공부를 시작했다.

byB Chapter

나를 찾아가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은 몰랐다.


어릴 때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였고,

졸업하고 나서는
좋은 온라인 게임을 갖는 것이 목표였다.

박사과정을 시작한 뒤에는
좋은 연구자가 되고 싶었고,

강의를 시작하면서는
좋은 교수로 남고싶었다.


크게 애쓰지 않아도

늘 다음이 있었고, 다음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 한 번도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열심히만 살았다.


그런데 요즘은
문득 멈춰 서게 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 걸까.


조용한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사람을 관찰하는 일은 왜 재미있을까.

그리고 가장 어려운 질문 하나.

나는 연구가 좋은 걸까.

아니면 학생들과 만나
생각을 나누는 일이 좋은 걸까.


예전 같았으면
빨리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살다 보면
온라인 게임인들은 대부분 버티기 위해 살아간다.

월요일을 견디고,
다음 달 월급을 기다리고,
퇴근 후 겨우 하루를 마무리한다.


연구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세상을 뒤흔들 대단한 발견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수없이 실패하고,
논문을 고치고,
자료를 읽고,
다시 수정하는 일을 반복한다.


결국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며 살아간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삶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사는 걸까.

끝없이 달려가면
정말 원하는 곳에 도착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그저 모두가 달리니까
나도 함께 달리고 있는 걸까.


그 질문 앞에서
한동안 아무 답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나는 직업을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를 찾고 있었다는 것.


연구도,
강의도,
글쓰기도,

사실은 내가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일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가가 아니라,

그 일을 하며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였다.


나는 사람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싶고,

누군가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방향이 정해지니
연구를 하든,
강의를 하든,
글을 쓰든,

그 모든 일은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나는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다.

연구가 더 좋은지,
강의가 더 좋은지도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실이 조금 덜 불안하다.

정답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은
무언가를 이루는 공부보다

나를 이해하는 공부가 더 오래 걸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공부에는
졸업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이제는 조금 안다.


가장 늦게 시작했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공부를
나는 지금 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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