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은 공간과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의 공통점

byB Chapter

도시를 연구하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은 화려한 공간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높은 건물,
화려한 조명,
멋진 디자인.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결국 다른 공간을 찾는다.


편안한 공간.


오래 앉아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곳.

굳이 무엇을 하지 않아도 머물 수 있는 곳.


그래서 좋은 공간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눈에 띄는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사람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살아오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뛰어난 사람도 있었고,
화려한 사람도 있었고,
어디서든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른 뒤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조금 달랐다.


함께 있으면 편안했던 사람.


굳이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실수해도 괜찮을 것 같았던 사람.

내가 나일 수 있었던 사람.

생각해보면
공간도 사람도 결국 같은 원리로 기억되는 것 같다.


좋은 공간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좋은 사람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좋은 공간은
굳이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도
굳이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좋은 공간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좋은 사람도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들수록
화려한 공간보다 편안한 공간을 찾게 되고,

화려한 사람보다 편안한 사람을 찾게 된다.


돌아보면
나는 늘 그런 공간을 좋아했다.


작은 바카라방,
조용한 카페,
낡았지만 따뜻한 골목.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좋아했다.


말이 많은 사람보다
잘 들어주는 사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

그 사람 곁에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는 사람.


어쩌면 우리는
좋은 공간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태도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간에 담긴 태도.

사람에게 담긴 태도.


결국 그 태도가
분위기를 만들고,
기억을 만들고,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멋진 사람이 되는 것보다

오래 머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좋은 공간 같은 사람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사람이.

그리고 다시 찾고 싶은 사람이.


도시를 연구하며 배운 가장 중요한 사실은
좋은 공간은 사람을 품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살아보니
좋은 사람도 결국 그렇더라.


사람을 품어주는 사람.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늘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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