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낯섦, 불안할 때 떠나는 여행

— 불안 속에서 배우는 것들 (4)

by이화윤 lee hwayoon

자유와 낯섦, 불안할 때 떠나는 여행

가위 눌림, 한밤중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피곤해서 바로 집에 오자마자 그대로 쓰러졌다. 눈을 떴는데, 한 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보름달이 창문을 뚫고 하얗게 방 안을 가득 비쳤다. 베개 위의 내 머리카락 한 올까지 환했다. 자지러지게 놀랐다. 의식은 있는데, 이미 죽은 것처럼 몸이 풀려서 손끝 하나 움직여지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았다. 가위 눌림이라고. 잠을 자는 동안 몸이 이런 과정을 통과하는데, 의식이 먼저 돌아오면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전 처음으로 겪는 낯선 경험이라 두렵고 불안했다. 이게 뭐지. 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거야. 머리로는 이해해도, 다시는 그런 순간을 맞이하기 싫었다.


아무도 모르게 가라앉고 있었다

청소년기의 나는 자주 그런 상태였다. 의식은 있는데, 몸은 전혀 움직여지지 않는 것처럼 무기력이 찾아왔다. 어린 왕자에게는 노을을 마흔세 번이나 볼 수 있는 작은 별이 있었지만, 내가 사는 별은 빛이 닿지 않는 작은 별이었다. 암흑 속에 혼자 막막하게 서 있는, 단순하고 작은 세계에 살았다. 그곳에서만 비교적 안전했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안은 이미 불안으로 불타고 있는데, 바깥 세계는 더 어두워 나갈 수 없었다. 세계는 불안 그 자체였다.


네가 정말 그랬다고. 아마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한 번도 말한 적 없으니까. 가슴속의 빙하처럼 영원히 꺼내고 싶지 않은 비밀. 부모도, 지인도, 친구도 아무도 몰랐다. 아주 조용히 침묵했다. 마치 한밤중에 가라앉는 난파선처럼. 말하면 되는데,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시절엔 '불안해서 힘들다'는 말 자체가 낯선 언어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절벽 위에서, 몇 번이나 뛰어내리고 싶은 적이 있었다. 별은 반짝이는데, 너무 멀고 내 곁은 온통 어둠이라,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그 어둠 속으로 깊이 떨어질 것 같은 절망감. 절망은 살고 싶은데 움직여지지 않는 무기력이다.



새벽,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이유

그래서 지금도 마음이 흔들릴 때, 나는 새벽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평소 나를 무기력하게 하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여행이다. 세계는 암흑이고, 오직 헤드라이트만이 등대처럼 앞을 밝힌다. 처음에는 다소 불안정하던 엔진 소리가 어느새 잠잠해지고, 부드러운 백색 소음이 잔잔한 파도처럼 청각을 자극한다.


잠이 덜 깬 신경이 운전대를 잡으면, 차가운 드립 커피 한 잔의 각성 효과가 있다. 구불구불한 코너에서 엑셀에서 발을 떼었다가, 그곳을 지나고 나서 다시 밟을 때의 감촉을 사랑한다.


외부모드로 돌린 환풍구로 차가운 새벽 공기가 밀려오고, 그 공기에 풀냄새와 흙냄새가 섞여 있다. 차와 일체가 되어 엔진 소리를 음악의 비트처럼 심장으로 느끼며 드라이빙에 몰입하면, 다른 잡념은 사라진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계속 달리다 보면 무념무상이 된다. 망각은 최고의 치료제다.



불안은 누구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견디는 법을 알아가야 한다.



절벽이 추락에서 용솟음으로 바뀌었다

낯선 해안의 절벽에 서 본 적이 여러 번 있다. 발 아래는 낭떠러지이고, 머리 위는 끝없는 하늘이다. 하얀 날개를 펼쳐, 그 눈부신 햇살을 가득 담은 바다 위로 날고 싶었다. 죽음과 맞닿은 그곳에서 다시 날고 싶다는 상상. 그것은 생명의 본능이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그 절벽을 추락의 절벽이 아니라 용솟음치는 절벽으로 바꾼다. 어둠을 밀어내며 바다 끝에서 차오르는 빛 한 줄. 나의 죽어가던 마음에 다시 빛이 비치는 순간.


불안을 통과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오만하고 나만 아는 자가 되었을 텐데. 한층 낮은 자세로 바라보고, 아프고 소외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눈물 흘릴 줄 아는 자가 되었다. 또한 절망 속에서도 살 만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낯섦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자유다

나는 자주 안전한 곳보다는 더 불안한 쪽을 바라본다. 안전한 쪽에는 이미 예정된 답이 있다. 그곳에는 내가 새로 발견할 무엇인가가 부재한다. 불안한 쪽에는 아직 내가 모르지만 모험을 떠날 풍경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어둠 속에서 헤드라이트 너머로 처음 보는 길이 열리던, 그 새벽의 순간처럼.


예전엔 불확실성의 경계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 불안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불안을 오래 통과한 지금은, 불안을 기꺼이 감당하고 모험의 길을 택한다. 같은 불안이지만, 갇혀 있는 불안과 걸어 나가는 불안은 다르다. 하나는 나를 마비시키고, 하나는 나를 일어서게 한다.



자유는 안전한 자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낯섦을 기꺼이 자신의 길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또 다른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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