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의 그늘, 캐나다 이민 슬롯의 소리 없는 왕따

'참교육' 이면의 씁쓸한 한인 슬롯 부적응 현실

오늘 아침,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환하게 웃으며 문을 열었을 아이가 울상으로 가방을 내팽개치는 모습을 보며,

직감적으로 교실 안에서 어떤 폭풍을 맞고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속상했습니다.

몇 주 동안 이어진 팀워크 수업에서 저마다의 핑계를 대며 숙제를 단 한 줄도 해오지 않은 조원들 탓에,

딸아이는 몇 일 동안 밤을 지새우며 혼자서 모든 프로젝트 작업을 짊어져야 했습니다.

정작 억울한 것은 그렇게 독박을 쓰고 완성해 낸 결과물의 성적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무임승차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부여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억울함과 지침이 범벅된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제 마음속에서도 묵직한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문득 요즘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라는 웹툰이자 드라마 <참교육>이 오버랩되었습니다.

교권이 추락하고, 학교 폭력이 난무하며, 선을 넘어버린 아이들을 향해

거친 물리적 처벌을 내리는 그 작품을 보며 대중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직에서 아이들을 마주하고 상담학을 공부해 온 저에게 그 작품은 시원한 사이다가 아닌,

감출 수 없는 현실의 비극이자 쓰라린 통증으로 다가왔습니다.

화면 속 자극적인 폭력에 가려진 진짜 본질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이 왜 그토록 거칠어졌는지,

왜 교실이 이토록 삭막한 전쟁터가 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그늘은 비단 한국의 교실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1등 없는 교실, 다양성과 포용을 자랑하는 이곳 캐나다의 이민 슬롯 속에도 소리 없는 비명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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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멀리 날아가 안착한 이국의 교실에서도, 아이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소리 없이 울고 있습니다."


딸아이의 울상 짓는 얼굴을 보며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해묵은 기억 하나가 기어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처음 캐나다에 이민을 와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던 초창기 시절이었습니다.

영어 한마디 제대로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외톨이가 된 딸아이에게,

옆집 타운하우스에 살던 같은 반 한국 아이는 유일한 구원줄이자 비상구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낯선 땅에서의 진짜 상처는

현지 아이들이 아닌, 유일하게 말이 통하던 그 한국 아이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영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은밀하게 또래 무리에서 배척하며 왕따를 시키던 소리 없는 폭력.

낯선 이국땅에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줄 알았던 동포에게 당한 외면은,

어린 딸아이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깊은 내상을 남겼습니다.

그 시절, 아이를 품에 안고 함께 흘렸던 눈물은 아직도 제 가슴에 아린 흉터로 남아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캐나다는 비교가 없고 왕따가 없는 유토피아일 것이라 막연히 기대합니다.

하지만 이민 슬롯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슬롯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겉도는 한국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울 때 내밀어 줄 거라 믿었던 그 한 손이 나를 밀어낼 때, 아이들의 세상은 가장 차갑게 무너져 내립니다."


새로운 환경에 던져졌을 때,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변 어른들의 따뜻한 응원과 지지입니다.

하지만 생계와 정착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부모들의 여유는 메말라가고,

아이들은 정서적 고립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처음 왔을 때 주변에서 따뜻하게 응원해 주는 사람이 없고,

유일한 비상구이자 한국말을 하던 또래 한국 아이들이 오히려 왕따를 시키면서

심리적인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 불안 장애, 그리고 은밀한 관계적 폭력이라는 심리적 부적응이 시작되는 기점입니다.

웹툰 <참교육> 속 매운맛 처방은 당장 눈앞의 거친 행동을 힘으로 억누를 수는 있을지언정,

고립된 아이들의 외로움과 결핍까지 치료해주지는 못합니다.

힘으로 다스리는 교육의 끝에는 결국 더 깊은 적개심과 상처 입은 영혼들만 남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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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수를 지우고 경쟁을 없앤 자리에는, 서로의 다름을 안아줄 수 있는 넉넉한 어른들의 품이 먼저 채워져야 합니다."


진정한 '참교육'은 처벌의 몽둥이를 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소리 없는 비명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타인과의 끝없는 비교를 멈추고 아이의 고유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캐나다식 마음 소통의 본질이 우리 한인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모든 가정 안에서 먼저 회복되어야 합니다.

처음 온 아이를 따뜻하게 응원해 주는 어른들의 연대,

친구의 서툼을 무시하는 대신 함께 채워가는 포용의 문화가 부재한다면,

우리는 어디서든 제2, 제3의 무너진 교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오늘 밤, 지쳐 돌아온 아이의 손을 잡고 건네는 온기 어린 그 한마디가 아이의 세상을 구원합니다."


오늘 밤에는 몇 일 동안 혼자 팀워크 숙제를 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딸아이를 위해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려주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상처 속에서도 단단하게 자라나 준 아이를 꼬옥 안아주며 속삭이고 싶습니다.


"그동안 참 외롭고 힘들었지. 혼자 견디느라 고생했어. 너는 그 자체로 이미 너무나 빛나고 소중한 존재란다."

그 다정한 외침이, 이 땅의 외로운 모든 아이들의 마음속에 닿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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