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끝난 뒤, 아이의 마음을 줍는 시간

어린이날의 진정한 완성은 고요한 거실에서 이루어진다

어린이날의 화려한 조명이 꺼지고 나면,
비로소 우리 사이의 진짜 온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환호성이 가득했던 놀이공원의 소음이 잦아들고,

화려한 선물 포장지가 거실 한구석에 흩어진 저녁입니다.

아이에게 최고의 하루를 선물하고 싶어 온종일 분주했던 부모의 마음과 달리,

정작 아이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유난히 예민해지거나 이유 없는 짜증을 부리곤 합니다.


그럴 때면 부모는 허탈함과 자바카라에 빠지기 쉽지요.

'오늘 하루가 부족했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30년 넘게 특수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마음결을 살펴온 저는 그 짜증의 이면을 봅니다.

그것은 아이의 작은 세상이 감당하기엔 오늘 하루의 빛과 소리가 너무나 뜨거웠다는,

아주 솔직한 몸의 고백입니다.


childrens-day-outing-walking-together.jpg.jpg앞서가는 세상의 속도에 맞추느라 고단했을 아이에게, 오늘 밤 필요한 것은 나란히 걸어주는 당신의 보폭입니다.


소음의 스위치를 내리고, '평온'의 주파수를 맞추는 일


나들이 장소의 화려함은 아이의 뇌를 과부하 상태로 몰아넣습니다.

축제 뒤의 아이에겐 더 큰 기쁨이 아니라, 흩어진 감각을 차분히 모아줄 '정서적 착륙'이 필요합니다.

집안의 조명을 조금 낮추고, 가전제품의 웅성거림을 잠시 지워보세요.

따뜻한 온수욕을 하며 부모의 부드러운 손길이 아이의 피부에 닿는 순간,

아이는 비로소 '세상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이라는 안도감을 얻습니다.

1시간이 넘는 긴 힐링 음악이 배경으로 흐른다면,

그 거실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안온한 심리 상담실이 됩니다.


기질이라는 고유한 빛깔로 아이를 안아주기


우리는 흔히 '어린이날'이라는 정해진 틀에 아이를 맞추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는 저마다의 속도와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혼자만의 동굴 속에서 침묵하며 기운을 차리고,

어떤 아이는 부모와 오늘 찍은 사진을 보며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어야 비로소 마음의 찌꺼기를 털어냅니다.


아이의 고유한 기질을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오늘 받은 그 어떤 비싼 선물보다 아이의 자존감을 단단하게 세워주는 진짜 선물입니다.


childrens-day-peaceful-sleep-after-outing.jpg.jpg


"완벽한 하루는 아니었어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품 안에서 쌕쌕거리며 잠든 아이의 숨소리가 오늘 우리가 나눈 가장 깊은 대화이니까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우리의 오늘


부모님들께 꼭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 계획했던 일정이 틀어졌거나,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해서 자바카라하지 마세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스케줄표가 아니라,

자신의 피곤함과 짜증까지도 따뜻하게 받아주는 부모님의 너른 품입니다.


어린이날의 진정한 완성은 밖에서의 화려한 행사가 아니라,

잠든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나직하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이 고요한 밤에 이루어집니다.

오늘 하루, 아이와 함께 걷느라 고생한 당신의 마음도 이 글과 함께 편안히 쉬어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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