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국물에 물든 손

by배지

김치가 먹고 싶으면

이제 어디서 주문을 해서 배송을 시킬지 정도는 익숙하다.


배추 한 포기를 1/4로 나눠서 쭉 찢을 수 있도록

배추 뒤꽁지에 칼집내기도 프로 주부처럼 멋지게 해내고


비닐장갑이 똑 떨어졌길레

그냥 맨손으로 테토녀답게 김치통안으로 손을 쑥 집어 넣고

제우스처럼 김치를 힘차게 찢어내고는

도마위에 올렸다.


총총총

아뿔싸..


도마 손잡이에 난 구멍사이로

김치국물이 줄줄 바닥으로 새기 시작했다.


영락없이 살림 쪼랩의 실력을 뽑내게 되는건가...


때마침 우리집 개도 신난다고 달려와서

김치 국물 다 햝아먹을 기세다.


안돼!!!

한발로는 개를 막고

양손은 벌겋게 물들어서

팔꿈치로 국물이 또 질질 새기 시작한다.


총체적 난국에 일단 개는 멀리 보내고

바닥도 닦고 썰다만 김치도 어찌저찌 썰어서

락앤락 유리통에 담기를 완료했다.


흰 주방에 빨간 국물이 어찌나 구석구석 튀었는지

잘 닦이지도 않아서 지우는데 애를 먹었다.


나도 한차례 손을 깨끗하게 씻고

우아하게 한술 먹어보려하는데


희한하게 붉은 얼룩이 손에 그대로 남아있다.


아뿔사...


김치 국물이 손에 물들거라는 생각조차 못해본 나

오늘도 살림 쪼랩 인증 완료다.


언제쯤 살림이

버겁지 않고

모든일 즐겁게 휘리릭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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