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백배미

by글애서

도심 한가운데서 벼를 키울 사람을 찾는다길래 재밌겠다 싶어서 신청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굳이백배미가 정확히 어떤 뜻인지 들었다. 일단 배미는 구획진 논을 세는 단위였다. 그렇다고 백 배미나 되는 논에서 벼를 키우는 건 아니고 논이라고는 겨우 두 평 남짓이었다. 논이라고 일러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갈만한, 키 큰 잡초가 자란 땅이었다. 사실 처음 보고서는 적잖이 실망했다. '에계' 소리가 나올 정도로 좁아서 소꿉장난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담 백은 왜 붙었는가. 시민 백 사람이 모여 백 가지 토종 볍씨를 키운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한 사람 당 볍씨 하나를 맡게 된다. 모내기부터 추수 때까지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논을 돌보고 벼의 안부를 묻고 일지를 쓰는 것이다. 겨우 두 평짜리 땅에 굳이 백 사람이 힘을 보태 굳이 백 가지 종류나 되는 볍씨를 키우기 때문에 '굳이백배미'였다. 이 사업의 공동기획자 중 한 명은 '굳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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