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두어 벌과 25만 원 남짓 되는 돈만 챙기고선 무턱대고 서울로 갔다. 스물셋 즈음이었다. 지낼 곳은 물론 고시텔이었다. 첫 달 월세를 내고 당장 일을 시작했다. 이 년 가량 일을 하고 나서 성남으로 거처를 옮겼다. 여전히 집은 고시텔이었다. 대신 이번에는 개인 화장실을 썼다. 자주 하수구가 막혀서 속을 썩이긴 했지만 더 나은 곳을 찾아보지 않은 까닭은 집이란 공간에 큰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달이 값비싼 월세를 낼 바에야 그 돈으로 밖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다. 집에서는 그저 글만 쓸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가끔은 방문에서 침대까지 두 걸음밖에 안 되는 공간이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서 벽에 세계 지도를 붙였다. 침대에 누워 각 나라의 이름과 수도를 웅얼거리면, 그리고 그 나라들에 가 있는 내 모습을 그려보면 마음이 느긋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환기 좀 시킬 겸 방문을 살짝 열어놓았다. 둘도 없는 열쭝이라 침대에 누워 있다가도 복도에서 인기척이 들릴 때마다 바짝 긴장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복도를 지나던 관리인이 내 방 앞에서 멈칫하더니 문 안쪽을 힐끔 살폈다. 맞은편 벽에 크게 붙은 세계 지도가 눈에 띄었을 것이다. 지도 뒤쪽에 테이프를 붙여놓은 터라 트집을 잡힐까 걱정이 되었다. 벽지가 뜯어지면 배상하라고 하려나 그런 걱정을 하던 차에 눈이 마주쳤고 내가 먼저 어설프게 인사를 건넸다. 언제나 그렇듯 그는 무심한 눈길로 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방문 앞에서 지정거리는 게 아무래도 내 걱정이 맞는 모양이었다. 지레 겁을 먹은 나는 남자가 여자 방을 훔쳐보는 상황에 불편함도 티 내지 못하고 눈치만 살폈다.
"저거 세계지도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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