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이라는 이름의 등불 - 서로의 결핍을 보듬는 성숙한
[제8화]
연민이라는 이름의 등불 - 서로의 결핍을 보듬는 성숙한 시선
박순동
집안의 소음이 잦아들고 창밖의 가로등이 유독 길게 그림자를 드리울 때, 우리 마음에는 작은 등불 하나가 켜집니다. 그것은 서로의 결핍을 온유하게 비추는 연민의 빛입니다. 하루를 살아내며 발바닥에 남은 묵직한 피로와 무릎에 고인 뻐근한 통증은, 오늘 내가 삶이라는 험준한 고개 하나를 정성껏 넘어왔음을 증명하는 훈장과도 같습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삶의 풍경들은 때로 말이 없습니다. 그저 제 자리에 비스듬히 서서 세찬 바람을 맞고 뜨거운 햇살을 견뎌낼 뿐입니다. 소란스러웠던 하루의 끝에 만난 이 고요한 정적 속에서 나는 깨닫습니다. 우리를 진정으로 치유하는 것은 화려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서로의 결핍을 아무것도 묻지 않고 비추어주는 연민의 등불이라는 것을요.
이제야 비로소 낮 동안 머물던 햇살의 잔열이 가시고, 봄밤은 제 본연의 온도를 드러냅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서늘하여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그 끝에는 분명 이름 모를 꽃눈을 틔워낸 다정함이 묻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연민의 등불 아래서 비로소 자신에게 솔직해집니다.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슬프고 잔잔한 이야기들을 하나둘 꺼내어 봄밤의 품에 안겨주는 시간. "애썼다, 참으로 고생했다"라고 서로를, 그리고 나 자신을 다독이는 이 밤, 우리의 상처는 비로소 아물 준비를 합니다.
사랑의 번뇌도, 일상의 소란도 등불의 온기 아래 잠시 내려놓는 밤. 서로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품고 잠드는 이 정적은 우리에게 내일을 견딜 가장 견고한 뿌리를 내려줍니다.
2026년 봄밤,
박순동 쓰고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