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것들이 무너지던 날들- 상처#8
※ 이 글에는 가정폭력, 성적 침해, 외도, 가족 안에서의 상처와 트라우마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오래 묻어두었던 기억이나 감정을 떠올리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조용히 뒤로 가셔도 괜찮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자신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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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아버지가 있는 방을 잘 찾아 들어간 것 같았다.
잠시 후.
노래가 끊겼다.
마이크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가 말한 15분을 세어 보려 핸드폰만 계속 들여다봤지만, 1분이 10분처럼 흘렀다.
안의 상황이 궁금했다. 그래도 더 이상 싸우는 소리나 큰소리가 들리지 않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잠시 후, 그 구두를 신은 사장님이 방에서 나와 옆방으로 들어가더니 음악 소리를 크게 틀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장님은 나를 발견하고 말했다.
"아까 왔었지? 들어와서 기다려."
"아니에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얘. 아빠 뒤 밟아온 거야?"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서 더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진한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으로 테이블을 틱틱 두드리며 혼잣말을 했다.
"하여간에… 요즘 어린…"
자동문이 닫히는 소리에 뒤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그 말이 나를 자극했다.
나는 다시 노래방 문을 열었다.
딩동.
그 여자 사장은 나를 보며 말했다.
"안 들어온다더니?"
"사장님. 우리 아빠 언제부터 여기 다니셨어요?"
그 여자는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얘, 웃긴다. 여기가 무슨 학원이니? 언제부터 언제까지 끊어놓고 다니게? 그냥 오면 나는 장사하는 거고, 가면 가나 보다 하는 거지."
"그럼 장사나 하시지. 우리 집에는 왜 오셨어요?"
그 말에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손장난도 멈췄다.
"어머. 얘 정말 안 되겠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와 오빠가 있는 방문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더니 일부러 나까지 들으라는 듯 크게 말했다.
"오빠. 딸도 왔어. 이거 어쩔 거야. 다 가든지, 어떻게 좀 해봐."
그 여자가 아버지를 '오빠'라고 부르는 순간,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그 여자 너머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 닫고 나가 있어. 그래서 뭐?"
목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많이 화가 나 있었고, 오빠는 차분하게 하나씩 따지고 있을 거라는 걸.
잠시 후 방문이 열렸다.
오빠였다.
조금 전 공원에서 웃고 있던 얼굴은 없었다.
"가자."
그 한마디뿐이었다.
오빠를 따라 노래방을 나섰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집 쪽으로 걸었다.
그러다 긴 한숨을 내쉰 오빠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영아. 참 집에 들어가기 싫다. 그치?"
"그래도 어떻게…"
"미영아. 한동안 아버지 집에 못 들어오게 했어. 그러니까 엄마한테는 당분간 말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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