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나는 가슴에 묻어둔 진실을 꺼냈다

믿었던 것들이 무너지던 날들- 상처#7

bybloom

※ 이 글에는 가정폭력, 성적 침해, 외도, 가족 안에서의 상처와 트라우마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오래 묻어두었던 기억이나 감정을 떠올리게 할 수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은 조용히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괜찮으시다면 자신의 속도에 맞게 천천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 글은 '오늘만 무료' 멤버십 글입니다.




노래방에서 아버지를 본 순간, 내 시선이 가장 먼저 멈춘 것은 그 반짝이는 구두였다.


하필 왜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을까. 나는 뒷걸음질 치며 노래방을 빠져나왔다.

뒤통수가 따갑도록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배미영. 거기 안 서?"


미술학원으로 가려다가 오락실에 들어갔다.

펌프를 열심히 뛰며 스트레스를 날려보았다.

머릿속이 복잡하니 스텝도 꼬였다.


"배미영. 네가 여기 어떻게... 왜?"

나를 발견하고 당황하던 아버지의 목소리. 나보다 더 놀란 아버지의 표정.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나를 바라보던 노래방 사장님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서야 무언가 알아차린 듯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날 이후 나는 수도 없이 생각했다.

'아버지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난 이 사실을 오빠에게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내가 다니는 미술학원은 다행히도 오빠가 다니는 고등학교 앞쪽이었다.

야자를 한참 하고 있을 오빠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빠. 나 오빠 학교 근처 미술학원 다니게 됐어. 오빠 학교 끝나고 연락 줘. 할 말이 있어. 집에 같이 들어가자"


문자를 보내놓고 나는 미술학원으로 향했다.


미술학원은 생각보다 큰 입시미술학원이었다. 건물이 세 곳으로 나뉘어 있었고, 소묘실과 조소실도 따로 있었다. 미술학원 선생님은 미술학원을 구경시켜 주시고는 내가 들어가는 학교의 입시는 소묘이기 때문에 소묘를 해야 한다며 작은 구를 그려보라 하셨다.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고 있었지만, 내 마음만큼은 어디에도 닿지 못한 선처럼 자꾸 흔들렸다. 머릿속에는 아버지뿐이었다.

"이름이 미영이라 했나? 미술 배워본 적 있어?"

"아.. 아니요."


선생님은 내 오른팔을 잡고 연필을 쥐는 법과 각도를 재는 법을 알려주셨다.

머릿속은 엉망이었지만 그림을 그리고 있자니, 어느새 생각이 멈추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한 시간도 안 되어 선생님이 내 뒤에서 나를 바라보시더니 아그리파를 그려보라 하셨다.


"네? 벌써요? 이제 동그라미 하나 그렸는데.. 저건.. 너무.. "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 봐봐.. "

선생님은 하얀 화지에 십자를 그어 틀을 잡는 법을 알려주시더니 내게 다시 연필을 건네셨다.


"감각이 있어. 어렵다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 옆에 그림들을 봐봐. 미영이는 그림을 배우는 건 처음이지만 선을 긋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 할 수 있어."


'감각이 있어.' 그 한마디가 낯설었다.

살면서 누군가 내 가능성을 먼저 믿어준 적이 있었던가.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알긴 뭘 알아.'

그림 한 번 제대로 그려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나는 낙서로도 사람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 그림은 정말 못 그린다고 생각했고, 나조차 내 가능성을 믿지 않았다.


정신없이 그리고 있다 보니 어느새 밤 9시가 넘어 있었다. 신기하게도 내 그림은 제법 사람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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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법보다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찾고 싶어 용기를 내어 나의 꿈을 다시 꺼내봅니다. 조금 늦은 봄이지만 언젠가 꽃을 피우기 위해 오늘도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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