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나는 어머니와 둘이 남았다

어머니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 이해#4

bybloom

대학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나는 취직을 했다.

할머니를 돌보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교수님의 추천으로 대전 MBC 방송국에 이력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방송국에 취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졸업작품과 성적, 면접까지 거쳐야 했고 경쟁률도 높았다.

합격 소식을 말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취직을 했다고 어머니는 정장 한 벌을 맞춰주었다.

고마웠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못마땅했다.

나는 어머니의 일기장에서 보았던 것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딸과 백화점에 가서 옷을 골라보고,

같이 빙수를 먹고 싶다고 했던 어머니.

그런데 막상 내가 취직했을 때도

우리는 함께 백화점에 가지 않았다.


같이 옷을 구경하고,

이것저것 입어보고,

어머니가 골라준 옷을 입는 일 같은 건 없었다.

어디에서 싸게 맞춰온 정장이었다.

정장을 받아 들고도 나는 생각했다.

기왕 해줄 거면 같이 가서 고르지.


고마우면서도 또 마음 한구석이 못마땅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그 무렵의 나는

어머니에게 그런 것까지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딸과 함께 옷을 고르는 것.

잘했다고 직접 말해주는 것.

그런 평범한 엄마와 딸의 모습을 나도 여전히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 보는 일이 생겼다.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내 자랑을 했다.

그 사람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이제 내가 누군지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말을 해도 잘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런 할머니 앞에서 어머니가 말했다.


“미영이가 방송국에 취직을 했대요.”

나는 가만히 어머니를 바라봤다.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내 자랑을 하는 모습을 나는 처음 보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되물었다.

“시집을 간다고?”

“아니요. 미영이가 방송국에 취직을 했다고요. 회사 가게 됐다고요.”


할머니는 알아듣지 못했다.

“어딜 가? 밥이나 줘. 아줌마.”

할머니는 여전히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할머니의 밥을 챙기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어머니가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일기장에서 읽었던 글과는 또 달랐다.

내 눈앞에서 어머니가 다른 사람에게 내 자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돈도 벌게 되었으니 어머니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

나도 이제는 조금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내가 어머니에게 효도하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으셨다.

어머니가 조금 편히 사는 모습도 끝내 보지 못하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는 민석 오빠도 왔다.

예전에 오빠를 가르쳤던 과외 선생님과 함께였다.

어머니는 밤새 할머니의 영정사진 앞을 지키고 앉아 울었다.


삼촌들은 나에게 말했다.

이제 네가 가장이라고.

어머니가 많이 걱정된다고,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난 누구한테 부탁을 받아야 하나.

나도 힘든데. 내 걱정은 누가 하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집은 다시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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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법보다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찾고 싶어 용기를 내어 나의 꿈을 다시 꺼내봅니다. 조금 늦은 봄이지만 언젠가 꽃을 피우기 위해 오늘도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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