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나는 내가 가장 싫어했던 사람이 되었다

어머니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 이해#3

bybloom

과하다 싶을 정도로 어머니는 나를 보호하려 했다.

아니, 사실 내게는 보호보다 간섭으로 느껴질 때가 더 많았다.


어머니의 일기장을 봤을 때도,

고모에게 어머니의 사정을 들었을 때도,

한국으로 돌아오는 긴 비행시간 동안에도 나는 수없이 다짐했다.


이제는 어머니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잘 지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을 어머니에게 직접 들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집에 돌아오면

다시 모르는 척해도 된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바빴다.


대학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지내는 것도 좋았다.

내가 왕따를 당하던 시절을 모르는 사람들.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그냥 배미영으로 만난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말했다.

“대학 가면 니 맘대로 해.”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도 어머니의 간섭은 여전했다.

술을 마시면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도,

조금만 늦으면 어디냐고 재촉하는 전화도 지겨울 만큼 반복되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내 별명은 신데렐라였다.

밤 12시까지 집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2시까지 마음껏 놀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11시가 넘어가면 어머니의 전화가 시작됐다.


“출발했어?”

10분쯤 지나면 또 전화가 왔다.

“오고 있어?”

또 10분이 지나면 다시 전화가 왔다.

“어디야? 어디쯤 왔어?”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행여 내가 전화를 받지 못하면 함께 있는 친구에게까지 전화했다.

처음에는 나도 친구들도 웃어넘겼다.

하지만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집에 거의 다 왔으니 이제 곧 들어갈 텐데 싶어

어머니의 전화를 받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때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야, 배미영. 너희 어머니 전화 오잖아. 안 받았는데 얼른 들어가라. 귀찮게 하지 말고.]

그 문자를 보는 순간 기분이 확 상했다.

나는 이미 집으로 잘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문자를 받고 나면 오히려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다.

그냥 다른 데로 새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많았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도 계속 시간을 확인했고,

전화가 울릴까 신경을 썼다.


12시라는 통금시간보다 더 힘든 건

그때까지 계속되는 어머니의 확인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차피 일찍 가야 하는 나를 굳이 부르지 않는 모임도 생겼다.


대학에 가면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어서도 나는 여전히

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전화를 받고,

시간을 확인하며 살고 있었다.

어머니와 잘 지내보고 싶었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조금씩 지쳤다.


어머니를 이해하는 마음과

어머니와 함께 사는 마음은 자꾸 따로 움직였다.


그사이 민석 오빠는 제대했다.

대학에 복학하기 위해 오빠는 작은 집을 구했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오빠와 함께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


집에는 치매를 앓는 할머니가 있었고,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이면 민석 오빠의 집으로 갔다.


오빠는 술도 거의 마시지 않았고

틈틈이 공부를 계속하고 있었다.

짧게는 30분,

길어야 두 시간 정도.

집이나 카페에서 만났지만 사실 오빠가 공부하는 모습을 구경하다 오는 것이 전부일 때도 많았다.

내가 입을 삐죽이고 있으면 오빠는 시계를 확인하고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투정을 부렸다.

여자친구라면서 우리는 왜 늘 집이나 카페, 도서관만 다니는지 불만이었다.

그 흔한 영화 한 편을 같이 보러 간 적도 없었다.


오빠는 목욕을 하러 간다며 나를 혼자 두고 나갔다 오기도 했다.

“내가 여자친구는 맞아?”

그 말에 오빠도 참았던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오빠는 연인 사이에서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 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손을 잡고,

포옹하는 것은 좋았다.

다정했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런데 입술이 닿고

오빠의 손이 티셔츠 안으로 들어오려 하면 겁이 났다.

좋아하는데도 몸이 먼저 피했다.

그러다 그 문제로 다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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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법보다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찾고 싶어 용기를 내어 나의 꿈을 다시 꺼내봅니다. 조금 늦은 봄이지만 언젠가 꽃을 피우기 위해 오늘도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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