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으려 했다

어머니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 이해#5

bybloom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광고회사에 취직했다.

월급날만 되면 어머니에게 먼저 전화가 오기는 했지만, 나는 지치지 않았다.

일이 재미있었다.


광고회사이다 보니 야근과 밤샘 작업도 많았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내가 정말 회사에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겠다며 불쑥 회사 앞에 찾아오기도 했다.

서울까지 왔는데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정말 어머니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결혼밖에 없는 걸까.

여러 번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났다.

그 사람은 개발자였고,

나는 광고 디자이너였다.

서로 통하는 것도 많았다.

키가 작고 왜소한 편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남자다운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참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나 싶을 만큼 순수했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천연기념물이라고 놀릴 정도였다.


어느 날 함께 걷다가 그 사람이 물었다.

“손잡아도 돼요?”

순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손을 잡는 것뿐인데도 그걸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상했다.

좋아하면 손을 잡고,

연인이 되면 입을 맞추고,

더 가까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 자연스러운 일이 늘 자연스럽지만은 않았다.

좋아하면서도 무서웠고,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몸이 먼저 피할 때가 있었다.

민석 오빠와 헤어지고 난 뒤에는 그런 내가 더 어려웠다.


그런데 이 사람은 손 하나를 잡는 데에도 내 대답을 기다렸다.

“응.”

내가 대답하고 나서야 그 사람이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별것 아닌 일이었는데 마음이 놓였다.


이 사람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연애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퇴근 후 어머니에게 가기로 한 날,

그 사람이 회사 앞에 서 있었다.

“어머. 어떻게 왔어요? 나 오늘은 집에 안 가는데…….”

“어디 가는데요? 데려다 줄게요.”

“어머니 집 가는데…… 멀어요. 안 데려다주셔도 돼요.”

“어딘데요? 얼마나 먼데요? 뭐 타고 가요? 기차? 버스? 그럼 터미널까지라도 데려다 줄게요.”

“버스 타고 가는데 성남이에요. 고속버스 아니고 일반 버스 타고 가면 돼요.”

“성남이면 안 머네. 타요!”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 사람은 나를 성남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차로 가니 40분 정도 걸렸다.


우리는 아직 사귀는 건지,

연애를 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는 사이였다.

무슨 영화를 좋아하는지,

주말에는 보통 무엇을 하는지.

그런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어머니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기는 어색해서

아파트 입구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차에서 내려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조심히 가세요. 정말 고마워요.”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그냥 보내려니 조금 미안했다.

하지만 시계를 보니 또 어머니에게 전화가 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그런데 몇 번이나 인사를 해도

그 사람은 좀처럼 창문을 올리지 않았다.

차를 출발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미영아!”

어머니 목소리였다.


두리번거리자 어머니가 아파트 복도에 나와 있었다.

도착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내가 들어오지 않으니 밖을 내다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머니가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들어갈게요!”

소리치고 다시 그 사람에게 말했다.

“어머니 나오셨나 봐요. 가세요. 고마워요.”


또 인사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이 시간에 누가 널 차로 태워다 주니?”

“아…… 회사 팀장님이셔…….”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왔다.


“남자분이야?”

“아, 응…….”

“여기까지 오셨는데 그냥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지. 같이 올라와.”

뚝.

전화가 끊겼다.

나는 난감해졌다.


“어떡해…… 오빠. 나 회사 팀장님이라고 했는데…… 같이 올라갔다 갈 수 있어요? 어머니가 같이 올라오라 하시네…….”

“아, 그래? 그럼 주차를 해야겠네.”

그렇게 우리는 어색한 채로 어머니 집에 같이 올라갔다.

어머니는 서둘러 거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벨을 누르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들어와요, 들어와.”

그러더니 자리에 앉으라고 하고 차를 내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물었다.


“미영이 좋아하죠?”

나는 기겁했다.


“엄마! 그런 거 아니야.”

“넌 가만히 있어.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가 이 시간에 널 여기까지 태워다 주니? 남자들은 안 그래.”

그러더니 다시 그 사람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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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법보다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찾고 싶어 용기를 내어 나의 꿈을 다시 꺼내봅니다. 조금 늦은 봄이지만 언젠가 꽃을 피우기 위해 오늘도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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