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타 지우기(7)

단편소설

by김진광

K는 또 물었다.


“천상에서 영혼은 어디에 머무릅니까?”


가이드는 설명을 이어갔다.


“천상에서 영혼은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마을을 이루어 거주하기도 하고, 시공을 초월한 여행을 즐기기도 하며, 나처럼 가이드로 봉사하기도 합니다. 마을이 부담스러우면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도 있습니다. 각 마을에는 지도자가 있으며, 지도자는 익숙한 이름일 수도 있고 전혀 모르는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입주하려면 주민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그들은 어떤 이해관계에도 얽히지 않고 입주 여부를 판단합니다. 자신과 같은 족속인지 아닌지는 단 한 번 바라보기만 해도 알 수 있으며, 여기에 실수는 없습니다.


이도저도 싫다는 ‘얼티미트 자유 영혼’도 있습니다. 그들은 어느 마을에도 속하지 않으며 시공 초월 여행을 즐깁니다. 나 같은 가이드 영혼은 일정한 마을에 속하면서 지상과 천상을 오가며, 죽은 육신에 남은 의식의 찌꺼기를 청소하는 일을 돕습니다. 지상에 필경사를 한 명 지정하여 텔레파시로 소통하기도 합니다. 가이드직은 원하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K는 또 물었다.


“천상은 춥나요? 영하 200도가 넘는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가이드는 웃으며 대답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곳에는 온도계도, 에어컨도, 보일러도 없습니다. 그러나 항상 따뜻하고 포근함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를 신의 은총이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신은 우리의 마을에 전혀 간섭하지 않습니다. 나 역시 신을 직접 만나거나 대화를 나눈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나 신의 질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하기만 하면 됩니다. 가끔 지상에서 가져온 기억을 붙들고 슬퍼하는 영혼들을 보았지만, 그것은 인간 세상에서 느끼는 슬픔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들은 함께 오지 못한 영혼들을 위해 진심으로 구원의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는 말을 이어갔다.


“다행스럽게도 당신의 파노라마 극장이 거의 끝나가는군요. 정리할 것이 많지 않아 빨리 마무리되는 셈입니다. 생전에 나름 연습을 많이 한 듯합니다. 당신이 앞으로 가이드 봉사를 하겠다고 하니 이제 마지막으로 알려드릴 게 하나 남아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것을 이야기하겠습니다.”


“26세의 한 여성이 심장마비로 쓰러졌습니다. 오랜 시간 산소 공급이 중단되어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었지만, 생명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병원은 그녀를 식물인간 상태로 판정하고 생명유지장치를 가동했습니다. 인공호흡기와 영양공급관이 연결되고 고단위 항생제가 투여되었으며, 움직이지 못하는 몸에는 10여 개의 줄과 튜브가 부착되었습니다. 3년이 지난 후, 남편은 아내가 생전에 연명치료를 원치 않았다고 주장하며 영양공급관 제거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환자의 부모는 반대하며 치료를 지속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이후 5년 넘게 지루한 법정 소송이 이어졌습니다. 사건이 슬롯 문제로 비화되자 의회와 대통령까지 개입하며 전국적인 논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결국 법원 판결로 환자의 영양공급관이 제거되었고, 그녀는 41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식물인간 상태에서 영양공급관이 제거되기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 지역은 지구상에서 안락사 문제에 가장 전향적인 곳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뒤늦게 외양간을 고친 셈이지만, 의미 있는 결말이기도 했습니다.”


가이드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사건이 오래된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죽음의 현장에서 실제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매일 교통사고가 발생해 사람이 다치거나 죽습니다. 그 사고가 언제 나에게도 닥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죽음 이후 자유로운 영혼의 세계가 엄연히 존재한다고 하면, 환자와 가족, 의사, 법원, 정치인이 15년이나 망설여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죽으면 끝’이라는 막연한 신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반대로 ‘죽음은 끝이 아니다’라는 믿음은 또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요?


과학적 유물론과 종교적 근본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이 문제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반반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절반의 가능성만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영겁의 고통스러운 강을 건너기 전에 육신에게 고통의 짐을 지우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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